20일 수원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충회의 최대 관심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디램 반도체의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이었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엔비디아가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SK하이닉스가 유일한 공급업체인데 엔비디아 젠슨황 최고경영자가 "삼성전자에서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다양한 질문을 듣고, 13명의 경영진이 직접 답했다. 주총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 등 주요 경영진과 주주, 기관 투자자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주총에서 가장 큰 눈길을 끈 것은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서 터져나온 질문 공세였다.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을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단상에 직접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답했다.
'HBM 경쟁력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져 주가가 부진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이에 한 부회장은 "주가 수준에 대해 확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올해 반도체 시황과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반도체 실적이 견조할 것 같아 주주가치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전자가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주주분들도 꾸준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앞서 엔비디아의 젠슨황 최고경영자(CEO)가 19일(미국 현지시각)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고대역폭 메모리(HBM) 조달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큰 파장을 낳았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에 HBM을 공급하는 반도체 회사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뿐으로 4세대 제품인 HBM3과 5세대 제품인 HBM3E이 탑재되고 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림으로써 초당 데이터 처리량인 '대역폭'을 크게 끌어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제품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이 붐을 이루면서 HBM은 AI 반도체의 필수재로 자리매김했다. 전체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HBM3E 12H(12단 적층) 디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고 상반기 중 양산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3E 12H는 24Gb(기가비트) D램 칩을 TSV(Through-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쌓아 업계 최대 용량인 36GB(기가바이트) HBM3E 12H를 구현했다.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HBM3(4세대 HBM) 8H(8단 적층)에 비해 50% 이상 개선된 제품이다. HBM3E 12H는 1024개의 입출력 통로에서 초당 최대 10Gb 속도를 지원함으로써 초당 1280GB를 처리할 수 있어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편을 업(다운)로드 할 수 있다.
젠슨황 CEO는 "삼성은 매우, 매우 좋은 회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CEO는 간담회에서 "삼성과 하이닉스의 업그레이드 사이클은 믿기어려울 정도"라면서 "엔비디아가 성장하기 시작하마자 그들도 우리와 함께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아주 믿을 수 없을 만큼 가치있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엔비디아가 발표한 '블랙웰' 기반 최신 칩 'B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 제품 공급이 확정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고객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SK하이닉스의 HBM3E가 엔비디아에 공급되고 최신 블랙웰 GPU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