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1t 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허쉬, 몬델레스인터내셔널 등 해외 기업은 물론, 한국의 롯데웰푸드, 오리온, 동서식품 등 코코아콩을 수입해 초콜릿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원가 부담이 커질 경우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코아 원두 선물가격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있어 초콜리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진=카길](/news/photo/202403/7389_15576_2423.jpg)
28일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5월 인도 선물은 전날에 비해 2.3%(221달러) 오른 t당 98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6일에는 장중에는 1t당 1만80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종가와 장중가격은 1959년 이후 역대 최고가다.
코코아 가격은 올들어서 이날까지 135% 급등했다. 지난 25일 하루 동안 상승한 가격만 1t당 710달러에 이르는 등 치솟고 있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12월 t당 4200달러에서 지난 14일 7049달러로 상승했다. 그런데 2주 사이 t당 3000달러가 또 올랐다. 특히 지난 25일 하루 동안 t당 710달러가 상승하며 역대 최대 일간 상승폭을 보였다.
코코아 가격이 급증한 것은 주요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에 닥친 악천후와 질병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1위와 2위 생산국인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 약 70%를 차지한다. 폭우로 코코아 꼬투리가 검게 변하는 '흑점병' 등 각종 병충해가 확산해 코코아 수확량이 감소했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잭 스코빌(Jack Scoville) 부사장 겸 선물시장 분석가는 일간 투자노트에서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은 극단의 날씨 탓에 올해 감소할 수 있다"면서 "서아프리카산 코코아의 가용성은 매우 제한되며 올해 수요 대비 생산 부족 예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적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도 올해 코코아 생산량이 450만t으로 예상 수요량보다 33만t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코코아 재고량 역시 전년 대비 14만5000t 감소할 전망이다.
이상 기후로 코코아뿐 아니라 설탕, 커피, 올리브유 등 전체적인 식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품 제조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마켓워치는 코코아 가격 상승은 부활절을 앞두고 초콜릿 가격에 대한 염려를 높이고 있다"면서도 일부 분석가들은 역대 최고가가 줄 완전한 충격은 아직 가격 판매대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해 초콜릿 가격 상승이 곧 닥칠 것임을 예고했다.
![오리온 투유. 초콜릿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코코아 원두에 대한 수입부가가치세 면세를 2025년 말까지 2년 연장하고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오리온](/news/photo/202403/7389_15577_2610.jpg)
실제로 초콜릿 회사 허쉬(Hershey)는 치솟는 원재료 비용 상쇄를 위해 지난해 일부 사탕류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가 4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한국정부와 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3일 식품업계 19개사와 간담회를 열고 "커피와 코코아 등 수입 원재료의 부가가치세 10% 면세를 연장하고 있다"면서 "카카오 생두에 대해 할당관세를 긴급하게 요청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의 초콜릿 '가나' .사진=롯데웰푸드](/news/photo/202403/7389_15579_310.jpg)
카카오콩 원물을 수입해 초콜릿 제품을 만드는 롯데웰푸드는 "카카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원가 압박을 크게 받고 있지만 당장 가격 인상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수입선 다변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온도 "당장 초콜릿 제품 생산에는 부담이 없자만 무리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현재 가격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