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피보다 진하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을 놓고 이런 말이 다시 확인됐다. 통합에 반대하는 한미약품 장남이 막내인 차남과 손잡고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꺾고 이사회 다수를 차지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진은 앞으로 통합에 반대한 장·차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약품 사옥 전경. 사진=한미사이언스](/news/photo/202403/7392_15586_312.png)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SINTEX)에서 열린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디엑스엔브이엑스 이사(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차남이자 막내인 임종훈 한미정미로하학 대표(전 한미약품 사장) 등 5명이 나란히 사내 이사에 선임됐다. 모두 OCI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는 장남과 차남 측 이사다.
그룹 통합을 이끌어온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기존 이사진은 4명만 남았다. 이로써 통합 반대 측이 이사회(9명) 다수를 차지했다.
주총 직후 이우현 OCI 회장은 임종윤 전 사장 측에 '앞으로 한미약품을 잘 이끌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에 승복한다는 의미다.
이날 주총에서 이우현 회장과 함께 통합에 찬성한 송 대표의 딸이자 둘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이사 선임건은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한미약품그룹 임주현 부회장.임 부회장은 28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했다. 사진=한미약품그룹](/news/photo/202403/7392_15587_2031.jpg)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선언하며 시작된 경영권 다툼은 결국 아들들의 승리로 끝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미약품 경영진은 통합 반대 측의 인사로 짜여질 전망이다.
주총 개표 후 임종윤 사내이사는 "주주친화책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고 임종훈 사내이사도 "주주가 원하는 회사로 나아가고 주주환원책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는 지난 25일 OCI그룹과 통합 반대를 외치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각각 해임됐다. 임종윤 전 사장은 27일 열린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지 않아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제외됐다.
주총 전 지분은 통합 찬승쪽이 조금 많았다. 송영숙 대표이사 회장이 12.56%로 가장 높고 이어 임종윤 12.12%, 임주현 부회장 7.29%, 임종훈 7.20%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12.15%, 국민연금공단 7.60%였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통합 반대 측을, 국민연금이 찬성 측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 지분율은 40.56% 대 42.67%로 찬성 측이 2%포인트가량 앞섰다.
그런데 투표결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한 표는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42.2%에 불과했다. 과반을 얻지 못한 것이다. 모녀 측으로 분류된 주주에서 이탈표가 나왔음을 보여준다.
한미약품그룹 주주들은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미약품과 OCI 통합을 추진해온 창업주 임성기 선대회장의 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이사회 진입을 반대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약 3000명이 모인 한미 사우회는 보유 주식 23만여 주에 대해 이번 주주총회에서 '통합 찬성'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미 사우회는 지난 24일 연 사우회 운영 회의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찬성한다'고 입장을 결정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