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DNA]활명수 127년 파는 동화약품의 장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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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 DNA]활명수 127년 파는 동화약품의 장수 비결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4.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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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7년 설립, 초대 민강 사장에 이어 5대 윤창식 사장 승계 후 손자가 경영

창업과 기업 설립은 쉬울지 몰라도 그 기업의 유지와 장수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바늘귀를 통과해야 할 정도다. 그럼에도 100년 이상을 넘어 장수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국내에는 1896년 설립된 두산과 1897년 설립돼 활명수를 생산하는 동화약품이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1897년 설립된 스위스 나이프로 유명한 '빅토리녹스', 1837년 설립된 초고가 시계 메이커 '파텍필립'은 대표 장수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이 장수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탁월한 제품력, 가문경영, 사회공헌 등 다종다양한 요인이 있다. 상품 전문 매체 Cnews가 국내외 기업들의 장수 DNA를 분석해보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편집자주>

■창업 127주년 기업, 활명수로 번돈 사회공헌으로 돌려준다

1897년 9월25일 국내 최초의 제약회사로 설립돼 '활명수'와 '후시딘'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약품은 최근 '활명수(活命水)' 126주년 기념판의 수익금 2000만원을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 기금으로 전달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로 창립 127주년을 맞은 동화약품과 주요 제품들. 사진=동화약품
올해로 창립 127주년을 맞은 동화약품과 주요 제품들. 사진=동화약품

우리나라 최초의 의약품이자 최장수 브랜드인 활명수는 1897년부터 그 이름의 뜻대로 민중의 생명을 살리는 물 역할을 하고 있는 제품이다. 활명수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동화약품의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은 매년 활명수 기념판 판매수익금 전액 기부를 통해 물 부족 국가 어린이들을 돕는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올해로 11회차를 맞았다.

동황약품이 지난달 26일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한 기부금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네팔 산쿠와사바아 지역의 수도·위생 시설 구축과 개선, 지역주민 대상 보건위생 교육과 캠페인 활동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동화약품의 활명수. 사진=동화약품 홈페이지
동화약품의 활명수. 사진=동화약품 홈페이지


동화약품은 지난 2013년 활명수 116주년 기념판을 시작으로 카카오프렌즈,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패션브랜드 게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스탠리(STANLEY)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활명수 기념판을 해마다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 대표 브랜드이자 1897년에 설립된 동갑내기 브랜드 빅토리녹스와 협업해 활명수 126주년 기념판을 출시했다. 동화약품은 일명 '맥가이버칼'로 알려진 빅토리녹스의 시그니처 제품 '스위스 아미 나이프 (Swiss Army Knife)' 이미지를 활용한 활명수 기념판을 제작해 선보였다. 

김대현 동화약품 상무는 "우리 회사는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활명수의 가치를 따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지속해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나눔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3대  88년 가문경영하는 '민족 정신 기업'

1897년 설립된 동화약품은 올해로 창립 127주년을 맞았다. 장구한 역사에 걸맞게 한국 사회에 모범이 되고 있는 기업이다. 창업주의 뒤를 이은 윤씨 가문이 3대 88년을 이어 경영하고 있다. 장수제품과 공존공영 민족정신이 회사 역사의 바탕을 이룬다.

동화약품 로고. 사진=동화약품 홈페이지
동화약품 로고. 사진=동화약품 홈페이지

동화가 설립된 1897년은 고종이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한 해였다. 당시 궁중 선전관(宣傳官)인 노천(老川) 민병호 선생이 궁중에서만 복용하는 생약의 비방을 일반 국민에까지 널리 보급하기 위해 서양의학을 접목해 개발한 양약(洋藥)이 활명수였다. 

당시 조선 백성들은 소화불량과 위장병을 많이 앓았는데, 탕약 외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일찍 손을 쓰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다. 노천은 아선약, 계피, 정향, 현호색, 육두구, 건강, 창출, 진피 등 11가지 생약성분을 넣어 일반 백성이 달이지 않고 복용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했다. 활명수는 '생명을 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활명수(活命水)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그는 아들 민강(1883~1931)과 함께 1897년 서울 순화동 5번지에 동화약방을 열었다.동화약방은 상호가 1962년 동화약품으로 바뀌었다.

상호인 '동화(同和)'는 주역에 나오는 말로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쇠도 자를 수 있다. 나라가 화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들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평안해진다' 는 뜻이라고 한다.

상표인 부채는 '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합해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紙竹相合 生氣淸風, 지죽상합 생기청풍)'에서 따왔다고 한다. '민족이 합심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민족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민강 사장은 1910년 국내 최초로 부채표 활명수를 상표 등록했다. 이후 활명수는 소화불량, 식욕감퇴, 과식, 구토 등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면서 동화약품을 먹여살린 효자 상품이 됐다. 연간 1억병 넘게 생산되고 연매출만 400억 원에 이른다. 

민강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부터 1936년까지 동화약방의 사장을 지냈다. 일제의 탄압을 받았고, 두 차례 옥고 끝에 1931년 순국했다. 동화의 임직원들은 민강이 별세하자 (주)동화약방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민강의 뜻을 이어받아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면서 동화약방을 운영했다.

동화약품 5대 사장 보당(保當) 윤창식(尹昶植)은 초대 민강 사장이 갑자기 별세하자 동화약방을 인수해 1936년부터 1945년까지 경영했다. 그는 정미업으로 돈을 모았고 일본이 소금을 독점하자 제염업도 했다. 그는 1963년 운명을 달리하면서 '좋은 약이 아니면 만들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다.

그의 아들이인 7대 사장 가송(可松) 윤광열(尹光烈) 명예회장은 동화약품의 현대화와 성장을 이끌었다. 선친처럼 독립운동가 정신에다 혁신적 기업가정신을 보여준 최고경영자(CEO)로 칭송을 받는다. 그는 1948년 동화약품에 입사해 밑바닥부터 경영을 배웠다. 그는 1973년 그가 동화약품의 7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윤광열 사장은 제약 선진국인 일본을 벤치마킹해 제품 생산의 자동화를 도입했다. 

그는 또 임직원들에게 정직하게 살자는 윤리경영주의, 저축하며 살자는 근검절약주의, 같이 번영하자는 공존공영주의 사상을 기본 정신으로 강조했다.

부채표 가송재단을 설립한 고 윤광열 명예회장과 김순녀 여사. 사진=동화약품
부채표 가송재단을 설립한 고 윤광열 명예회장과 김순녀 여사. 사진=동화약품

고 윤 명예회장은 또 부채표 가송재단(可松財團)을 설립했다. 본인과 부인 김순녀 여사가 사재출연을 통해 2008년 5월 설립한 이 재단은 학계발전에 기여도가 크고 연구업적이 탁월한 의약학자들을 대상으로 대한의학회와 공동제정한 윤광열 의학상, 대한약학회와 공동제정한 윤광열 약학상, 대한치과의사협회와 공동제정한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등을 수여한다.

동화약품은 고 윤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윤도준 회장과 차남 윤길준 부회장이 2010년부터 함께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2008년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사진=동화약품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사진=동화약품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주회사인 디디유피홀딩스로 지분율은 15.22%다. 이어 윤도준 회장이 5.13%, 윤길준 부회장이 1.89%, 개송재단이 6.3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경희의료원 정신과 과장, 경희의대 주임교수 등을 역임한 의사 출신이다. 윤 회장의 장남 윤인호 부사장이 2.30%를 갖고 있다. 윤인호 부사장은 디디유피홀딩스의 지분 60%를 가진 사실상의 오너다.

지배구조는 윤인호 부사장→디더블유피홀딩스→동화약품→계열사로 이어진다. 

지난해 매출액은 3611억 원, 영업이익 188억 원, 순이익 282억 원을 올렸다.  주가는 9000원대다. 4일 종가는 9180원, 시가총액은 2564억 원이다. 

동화약품 주식 소유 현황. 사진=동화약품 사업보고서
동화약품 주식 소유 현황. 사진=동화약품 사업보고서

동화약품은 종속기업으로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디쎄이, 벤처투자사모펀드 동화크립톤을 거느리고 있다. 또 계열 가족기업으로는 까스활명수와 판콜에이 등의 병을 만드는 동아G&P, 병마개를 만드는 흥진정공, 소형청소기 등을 만드는 동화개발을 두고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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