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엔저' 달러당 155엔대 육박…일본 재무부 "적절한 조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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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엔저' 달러당 155엔대 육박…일본 재무부 "적절한 조치" 경고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4.04.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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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후 34년 사이 최저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당 155엔에 육박하는 '수퍼엔저'가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시점이 지연되는가하면 기준금리 인상론이 제기되는 데 따른 달러강세의 후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강한 구두개입을 했지만 지난달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이번 주 열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수퍼엔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퍼엔저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증대할 것이라는 기대효과를 낳고 에너지 등 수입물가를 높여 일본의 소비자물가를 올리는 등 일본의 디플레이션(저성장속 물가하락) 탈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간 금리정책 차이의 영향으로 미국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55엔에 육박하는 '수퍼엔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미국과 일본간 금리정책 차이의 영향으로 미국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55엔에 육박하는 '수퍼엔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 엔화. 사진=CME그룹/비즈니스인사이더

일본의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외환 시장에서 엔화는 달러 당 154.85엔을 터치하며 약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3일 오전(한국 시각) 도쿄 외환 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엔화는 154.79〜80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4엔대 후반대에 진입한 것은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사이에 처음이다.

올해 1월2일 140엔대로 출발한 엔달러 환율은 중동 불안감이 커지면서 오르기 시작해 이달 들어서는 달러당 154엔대에 진입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지난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고위 관계자가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일간 금리차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6일 "물가 상승률이 2%로 낮아진다는 확신이 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고 밝혀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3국 재무장관은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사진=기획재정부
한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3국 재무장관은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사진=기획재정부

일본 정부는 이날 강한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약한 엔이 수입비용을 밀어올리는지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우리의 견해는 한국 당국자는 물론, 미국을 포함한 3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공유됐다"고 말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지난주 한미일 회담은 일본 정부가 과도한 엔화 움직임에 대응할 토대를 마련했다며 시장 개입 시점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다고 재팬타임스는 전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시장개입이 실제 일어날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이런 일들이 일본이 (외환시장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토대를 놓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즈키 재무상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당국은 해외 당국과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는 외환시장 움직임을 긴박감을 갖고 보고 있다"면서 "정부 당국은 과도한 통화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조치를 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미일 재무장관들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DC 재무부에서 첫 3개국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일본 당국 구두 개입과 3국 공동 선언에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 경제 강세에 기반한 '킹달러'에 따른 수퍼엔저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 언론들은 BOJ가 오는 25~26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통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잇다. 이렇게 되면 달러 강세, 엔화 약세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BOJ는 지난 3월 17년 만에 정책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현재 일본 금리는 제로 금리(0%)다.

재팬타임스는 "엔화약세는 수출을 부양하는 반면, 수입물가를 올려 가계의 생활비를 부풀리는 만큼 일본 정책당국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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