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혼다'의 150억 달러 투자를 반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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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혼다'의 150억 달러 투자를 반기는 이유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4.04.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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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캐다나 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작은 도시인 앨리스톤에는 기업인과 캐나다 정치인들이 모였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 혼다의 비베 도시히로 최고경영자(CEO)와 쥐스뗑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한 자리에 모였다.

미베 도시히로 일본 혼다 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2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리지스톤의 혼다 공장에서 쥐스뗑 트뤼도 총리(오른쪽)와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15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캐나디언프레스
미베 도시히로 일본 혼다 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2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리지스톤의 혼다 공장에서 쥐스뗑 트뤼도 총리(오른쪽)와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15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캐나디언프레스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는 앨리스톤에 150억 캐나다달러를 투자해 공장 4개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베 CEO가 이 계획을 발표한 자리의 마이크 앞에는 '일자리를 과급하고 캐나다에서 전기차를 만들기'는 문구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적혀 있었다. 트뤼도 연방정부 총리와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그가 이런 계획을 발표하는 동안 뒤에서 서 있었다. 

캐나다 언론들은 이를 대서 특필했다. 언론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 이벤트를 주목했다고 본다. 혼다가 캐나다내 첫 전기차 조립공장과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캐나다 정부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혼다는 한국의 '포스코퓨처엠'과 합작사를 세워 양극활물질과 전구체 생산공장을, 그리고 일본의 '아사히 카세이'와 합작사를 세워 분리막 공장을 각각 짓기로 했다. 공장이 들어설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혼다 측 자료에 따르면,혼다는 이번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1000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온타리오주내 두 곳의 제조 시설에 있는 4200명의 고용수준을 안전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정부는 환영했다. 트뤼도 연방 총리는 "캐나다 역사에서 최대 규모의 자동차 투자"라고 자평했다. 총리는 캐나다의 천연자원이 이번 딜을 성사시켰다면서 캐나다의 최대 자산은 세계 최고인 근로자들이라고 극찬했다. 포드 총리도 이번 투자에 대해 "업계의 게임 체인저이자 온타리오주의 거대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포드 총리는 특히 중국이 세계 공급망 랭킹의 최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고 혼다 딜로 온타리오주는 지난 3년 동안 자동차와 전기차 투자에 수십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자랑했다.

혼다가 무턱대고 온타리오주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아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혼다의 투자를 유치하고 꽤 큰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포드 총리는 온타리오주 정부는 25억 달러에 이르는 직간접 인센티브로써 이번 투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청정기술 제조 투자 세액공제와 전기차 공급사슬 투자 세액공제 덕분에 혼다와 협력사들은 연방정부로부터 25억 달러 이상인 지원금의 수혜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도 즉각 화답했다. 그는 150억 달러 투자 세부 내역은 향후 6개월에 걸쳐 공개될 것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혼다는 전기차 공급사슬 투자 세액공제를 이용한 첫 자동차 메이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캐나다인 전부가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연방 보수당은 이번 딜이 캐나다 근로자를 팔고 외국인 대체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세금을 쓰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릭 퍼킨스 하원의원이 대표 인물이다. 그는 "트뤼도 총리가 전에도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거액의 보조금을 발표하고 돌아서서는 그 일자리가 외국인 대체근로자로 채워지도록 한 다음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했다.

스텔란티스-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윈저시 부지 전경. 사진=윈저시 페이스북
스텔란티스-LG에너지솔루션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윈저시 부지 전경. 사진=윈저시 페이스북

캐나다 정치권의 이 같은 불신은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온타리오주와 연방정부가 '넥스트스타에너지'가 온타리오주 윈저에 전기차공장을 짓기로 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넥스트스타에너지는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다. 한국근로자 900명이 배터리 공장 장비 설치 기간 동안 윈저에 올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윈저 시장은 이들은 전문 장비 설치를 위해 3~18개월간만 일하지 항구적 일자리는 갖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캐나다 건축노조는 윈저 건설부지의 외국인 노동자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트뤼도 총리에게 서한을 캐나다 근로자를 대체하기 위해 해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프랑수아 필립 상파뉴 산업장관은 CBC 인터뷰에서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이 정도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외부 도움을 받는 것은 정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넥스트스타와 스텔란티스 CEO에게 "이 공장과 관련된 일자리 대다수는 캐나다인들에게 가야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혼다든 폴크스바겐이든 노스볼트든 외국기업의 캐나다내 투자는 결국 일자리 문제로 귀결된다. 이번 딜은 산업 측면에서 '캐나다의 첫 포괄(comprehensive) 전기차 공급 사슬'을 이룰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캐니다가 북미 전기차 산업의 허브가 되는 것을 반대할 캐나다인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캐나다 정부와 정치권이 납세자들의 혈세로 보조금을 조성하고 세액공제를 해주며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캐나다인을 위한 일자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좋은 일자리는 훌륭한 복지를 위한 출발점이자 정치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캐나다에서 캐나다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하니 가슴 뿌듯하다. 동시에 한국의 정치권도 청년층 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규제를 혁파하는 정책을 만들고 세계 초우량 기업을 유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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