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기준금리 인하 후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이에 따른 원유수요 증가 기대로 미국 석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6일(이하 현지시각) 2%대 상승했다. 유가상승은 원유 생산 기업은 물론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을 높여 매출증대 주가 상승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CNBC와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원유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 선물은 전거래일에 비해 2.0%(1.48달러) 오른 배럴당 75.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가격은 지난 5월 28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시각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8월 인도 선물은 전거래일에 비해 1.9%(1.49달러) 상승한 배럴당 79.90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금리 인하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에 이틀 연속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가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6일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리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오는 9월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산유국 연합체인 OPEC+(플러스·OPEC과 주요 산유국 연합체)가 지난 2일 정례회의에서 자발적 감산규모를 점차 줄일 것임을 시사하면서 유가는 하락했다.
이날은 금리인하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반등했다. 특히 ECB가 금리인하에 나선 점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이어진다는 기대를 부추기며 유가를 띄웠다. 당초 하반기까지 올해 원유 수요가 시원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주요 3대 정책 금리를 0.25% 포인트씩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5일 G7 중앙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2%에 근접했다는 게 이유였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가 이어지면 경기 둔화가 일부 해소되면서 원유 수요에도 긍정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ECB의 금리인하 행보는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를 높였다. CME그룹의 페드와치툴은 9월 연준의 0.2%포인트 인하 확률을 56.9%로, 금리 동결 가능성을 30.2%로 각각 반영했다. 0.50%포인트 인하 확률도 12.7%까지 반영됐다.
이날 오전에 발표된 미국 고용시장 관련 지표들이 둔화 조짐을 보인 점도 금리인하 전망을 부추겼다. 지난 1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계절 조정 기준 22만9000 명으로 직전주보다 8000 명 증가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아마프릿 싱 분석가는 "원유시장이 약간 부정적인 OPEC플러스 회의 결과에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본다"면서 "최근 원유 수요 그래프가 확실히 약해진 감이 있지만 절벽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달러화는 소폭 하락한 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전날보다 0.17% 내린 104.09를 기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