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납치 사태의 불똥이 캐나다로 튀는가? 베네수엘라 사태 직후인 지난 5일 캐나다 주식시장에서 에너지 종목 주가가 내리면서 나온 말이다. 캐나다산 원유와 유사한 고유황 중질유를 생산하는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수출 시장에 나올 경우 유가가 내려가고 그 영향을 캐나다 석유회사가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납치소식에 5일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썬코어에너지, 임페리얼 오일, 세노버스 에너지, 캐나디언 내추럴 리소시스 등 캐나다 석유생산업체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캐나다 내추럴 리소시스 주가가 6.03% 떨어졌고 세노버스 에너지는 4.82%, 썬코어에너지는 1.65% 하락 마감했다. 일부 기업 주가는 장중 약 7% 추락했다. 에너지 지수 전체로도 장중 4.5% 빠졌다가 최종 3.6% 하락 마감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셰브런과 엑슨모빌 주가가 뛴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주가는 화요일 반등했다. 썬코어는 0.35%, 임페리얼 오일은 0.02% 각각 올랐다. 세노버스와 캐나디언 내추럴 리소시는 이날도 각각 2.14%, 2.80% 내려 이틀 연속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베네수엘라는 서부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것과 비슷한 유종의 원유를 생산한다. 황의 비율이 높고 점성이 높아 끈적끈적한 중질유다. 월요일 캐나다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의 과민반응이라는 게 중론이다. 베네수엘라가 에너지 부문 인프라를 재건하고 산유량을 늘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유황 중질유 원유를 캐내어 수출 터미널까지 운송해 해외로 수출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베네수엘라의 산유량도 많지 않다. 1970년에 최대 하루 370만 배럴을 생산했다고 하나 지난해 산유량은 약 90만 배럴이었다. 미국의 제재에서 풀린 베네수엘라 원유가 시장에 나온다고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정상화하고 다량의 원유가 시장에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렇지만 그건 제법 먼 미래의 이야기다. 미국 석유기업 등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후의 일이다. 당장 베네수엘라가 석유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으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요 연목구어다.
캐나다 석유부문은 저유가 시대에도 잘 버텨왔다. 오일샌즈 사업자들은 생산량을 늘렸다. 캐나다는 현재 하루 약 500만 배럴을 생산하고 그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에 하루평균 420만 배럴을 수출했는데 79%인 333만 배럴의 중질유였다. 21%인 870만 배럴이 경질유였다.
캐나다는 미국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만큼 장거리 운송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통제하에 미국 멕시코만으로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석유의존도가 높은 앨버타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캐나다에겐 기회의 창도 열릴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중국의 투자를 받는 대가로 싸게 중국에 원유를 수출해왔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 멕시코만으로 향한다면 중국은 대체 수출국을 찾아야 하는데 캐나다가 후보국이 될 수 있다. 캐나다는 에드먼턴에서 밴쿠버 지역까지 이어지는 트랜스 마운틴 송유관을 확장하고 아시아 지역 수출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주 총리는 5일 캐나다산 원유를 새로운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송유관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캐나다 원유시장에 당장 충격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길게 본다면 영향은 불가피하다. 낮은 유가와 이에 대응한 해고 등으로 새해를 맞이한 에너지 회사들에게 새로운 부담을 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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