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통제로 제트기 엔진용 특수 합금과 반도체를 고온에서 보호하는 코팅, 세라믹스, 레이저 시스템 등에 쓰이는 희토류 '이트륨'의 가격이 1년 사이에 약 140배 폭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항공우주, 에너지와 반도체 생산이 타격을 받는 새로운 '희토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이트륨 의존도가 큰 미국은 자체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트륨 독립은 요원해 보인다.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는 6일(현지시각) 영국 조사회사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 )의 통계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아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중국 이외 지역 벤치마크로 통하는 유럽의 이트륨 가격은 지난달 26일 1kg에 8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가다.
1년 전 이트륨 가격은 1kg에 단 6달러 인 점을 감안하면 약 140배 이상 오른 셈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해 가해진 대일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이트륨 가격이 공급 우려를 딛고 폭등했다고 풀이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공급되는 이트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 4월에 7가지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당시 통제 대상에는 전기 자동차 모터용 영구 자석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함께 중희토류로 분류되는 이트륨이 포함됐다. 이트륨 소비량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이트륨에 대한 제한은 공급 측면에서 특히 우려를 낳았다.
2025년 전 세계 이트륨 수요는 약 1만3800t에 이르렀다. 이는 디스프로슘(3200t)과 테르븀(530t)을 포함한 다른 제한 희토류의 수요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유럽에서 디스프로슘 가격 또한 4배 이상 상승했지만, 이는 이트륨 가격 급등폭에는 훨씬 못 미친다.
이트륨 가격 상승은 지난 1월 중국이 일본에 대한 이트륨 수출 제한 조치를 추가 발표하면서 가속화했다. 새로운 규제는 국방과 상업 용도로 모두 사용되는 '이중 용도' 소재에 초점을 맞췄다. 이트륨은 국방 분야에 사용되기 때문에 이번 제한 조치의 대상이 됐고 이 때문에 공급에 대한 염려를 키웠다.
아거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시행된 수출 제한 조치로 일본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이트륨을 물색하고 있었다.여기에 중국이 2월 말 미쓰비시 조선을 포함한 20개 일본 기업에 대한 이중용도 소재 수출을 추가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산화이트륨 수출량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이트륨 가격 상승은 사용자들에게 부담을 줄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일본의 일부 기업들은 대체재를 찾기가 어렵고 매량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제한을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반도체장비협회는 닛케이아시아에 "반도체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트륨의 높은 가격과 제한된 공급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미나미토리시마 섬 남동부 해저에서 이트륨을 비롯한 희토류를 추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노력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상업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우주항공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은 중국산 이트륨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업계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미국은 이트륨 전량을 수입하고 있으며, 93%는 중국에서 직접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도 중국에서 처음 가공된 재료로 만든 것이다. USGS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에 이트륨과 그 합금, 컴파운드 등 약 470t의 이트륨 제품을 1kg에 평균 500달러에 수입했다. 수입량은 2020년 650t에서 2022년 1200t으로 증가했다가 2023년에는 250t으로 급감했다. 평균 단가는 같은 기간 600달러에서 1000달러로 급등한다음 2023년 200달러로 급락했다가 2024년 500달러로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심했다.
미국 항공우주산업협회(AIA)는 "이트륨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제트 엔진에 필수"라면서 "국내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IA의 닥 하드윅 부사장은 "우리의 공급망은 중국산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공급 부족이 증가하는 가운데 비용 상승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전쟁부가 4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15%를 취득한 희토류 업체 MP머티리얼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이트륨을 캐고 있다. 또 인디애나에 본사를 둔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도 지난해 12월부터 월 16t, 연간 200t의 산화이트륨을 생산하고 이를 연간 4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럼에도 미국 전체 수요를 미국산 이트륨으로 대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의 딜레마다.
호주의 희토류 업체 라이너스는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등의 경희토류뿐 아니라 디스프로슘, 터븀, 이트륨 등의 중희토류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트륨 산화물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해왔는데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한국은 첨단산업 전반에 쓰이는 희토류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부족 사태를 대비해 희토류를 포함한 희소금속의 비축량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디스프로슘과 이트륨은 6개월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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