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60원 선을 넘어서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아싿.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고금리 장기화 우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결과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 생산자 물가 상승에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해 금융당국의 정책을 교란시키는 주범이다. 이미 환율방어에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었다. 올해 무역수지가 21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장기 전망에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539.1원으로 정규장(마감 오후 3시30분)을 마쳤다. 장중에는 1549.1원까지 뛰었다.
당일 야간 시장에서는 1562.0원으로 장을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61.0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에 달러를 직접 빌려주는 통화스와프 조치를한 결과다.
환율 상승을 막기위해 외환당국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은 4269억 9000만 달러로 전달 말에 비해 8억 8000만 달러 준 게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월7일부터 5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4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6조 9529억 원을 순매하는 등 20거래일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70조 원에 이른다. 특히 올해 1월1일부터 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110조 원 이상에 이른다. 주식 매도 이후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둘째, 반도체 중심의 주가 급등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셋째, 대외 여건도 원화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긴장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미국의 5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17만 2000명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8만 8000명)를 웃돌면서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도 원화가치를 밀어내렸다.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연내 금리 인상 전망 강화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에 비해 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53%를 기록했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5일(현지시각) 100.07로 전날에 비해 0.66%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원유와 천연가스, 원자재 수입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더 높인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나타내며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국의 구두개입과 함께 외환시장 안정 조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절대 수준보다 상승 속도를 더 걱정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진정되고 중동 긴장이 완화될 경우 환율도 안정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달러 강세 압력이 워낙 강해 방어 카드가 제한돼 있다"면서 "당분간 1500원대 후반 지지선을 시험하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이진경 선임연구원은 "대외 강 달러 압력과 외국인 수급 이탈 강화되며 원화 약세가 가속했다"면서 "이번주 정책 당국은 과도한 쏠림에 즉시 대처 계획을 언급해 실제 개입 출회시 원화 약세를 일부 되돌림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경 선임 연구원은 "다만 외국인 리밸런싱 차익실현 마무리 전까지 원달러 상단 위협 시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8일 주식시장 대응과 관련해 "공포는 환율에서 왔고 기회는 실적에서 온다"면서 "개장 직후 투매에는 동참하지 말고 환율이 1560 원대에서 추가 급등하는지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김두언 연구원은 "반도체는 가격보다 실적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코스닥 성장주는 환율 안정 이후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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