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SK하이닉 기업가치 재평가를 할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9일(현지시각)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ADR 주가를 149달러로 확정했다. SK하이닉스는 총 1779만주의 신주를 발행해 약 265억 7100만 달러(약 40조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역대 기업공개(IPO) 중 스페이스X(750억 달러)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외국 기업 중에서는 2014년 중국 알리바바(250억 달러)를 넘어선다.
공모 대금은 오는 14일 납입 예정이며, 확보한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생산설비 확충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회사는 내년 말까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에도 약 11조9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HBM 생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시장은 이번 ADR이 단순한 해외 상장을 넘어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재원 확보와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패시브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 대비 낮게 평가받아온 밸류에이션 할인도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시장 반응은 좋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ADR은 공모 초기부터 글로벌 장기 투자기관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초과 청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열린 투자설명회에는 약 1000개 기관이 참석했으며,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파트너스, 베일리 기포드, 코튜매니지먼트 등 글로벌 투자사들도 최대 7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 반응은 좋다.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회로 본다. 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동일한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세계 1위이자 D램 시장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돼 왔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340만 원에서 390만 원으로 상향하며 "사업 경쟁력과 규모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갖춘 만큼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걱정거리도 있다. 1700만주가 넘는 신주 발행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대규모 증자에 따른 단기 수급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메타플랫폼의 AI 연산 자원 임대 사업 진출 이후 HBM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의 변동성이 커진 점도 변수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수급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주가보다 AI 투자 사이클과 메모리 업황의 중장기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ADR은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과 AI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승부수"라면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기업가치 재평가는 물론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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