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드만삭스, 이탈리아 우니크레딧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이 '수퍼 엘니뇨'에 따른 세계 식량 가격 충격 2028년 하반기 본격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가격 급등이 가져올 물가 상승을 뜻하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각) 이란 전쟁에 따른 물류차단과 역대급 '수퍼 엘니뇨' 기후 격변이 동시에 몰아치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심각한 복합 충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엘니뇨는 1981~82년, 1996~97년, 2015~16년, 2023~23년에도 발생했지만 2026~27년 엘니뇨는 '수퍼' 혹은 '고질라' 엘니뇨로 부르고 있다. 이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게 유지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중부와 동부 적도 태평양 지역 전체로 따뜻한 해수가 퍼지도록 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는 수퍼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63%로 진단했다.
통상 엘니뇨가 발생하면 남아프리카와 남미의 북부지역은 가뭄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파라과이와 우루과이는 홍수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딧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기후플레이션의 충격이 최장 2028년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우니크레딧에 따르면, 세계 농업 생산량이 14.3% 급락할 수 있으며 이는 약 34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이번 엘니뇨로 세계 식량 상품 가격이 최대 15.8%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영향으로 유로존 전역에서 식품물가가 1.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 원자재 가격 급등도 예상된다. 핵심 농산물 가격이 10~50% 오를 전망이다. 특히 엘니뇨에 따른 가뭄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쌀과 팜오일, 설탕과 커피 등이 영향을 받아 가격이 50%에서 최대 100%이상 폭등할 위험이 크다고 우니크레딧은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은 3년 전 강력한 엘니뇨로 세계 식량 상품 가격은 최대 9% 오를 수 있으며 특히 대두와 옥수수, 쌀이 최대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니크레딧은행은 "세계 식량 시스템은 완충 장치를 가지고 2026년 하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오차를 허용할 만한 여유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피해는 이미 속출하고 있다. 인도는 몬순 시즌인데도 강수량이 평년의 25~50% 수준으로 떨어져 밀, 쌀, 사탕수수 수확에 비상이 걸렸다고 골드만삭스는 전했다.
세계 최대 콩 수출국인 브라질의 농업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가 본격화할 경우 수확기 동안 과도한 강우와 병충해로 생산 효율이 저하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지난 2024년 엘니뇨 당시 브라질에서는 약 290만 헥타르의 대두 농경지에서 재파종을 하면서 공급망에 큰 충격을 줬다.
올해 엘니뇨의 강도가 과거 사례에 준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곡물 생산 감소는 물론 내륙 물류망인 '아르코 노르테(Arco Norte·브라질 북부 곡물 수출 핵심 통로)'의 하천 수위 저하에 따른 물류 지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식량 가격 상승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고금리 기조를 강제로 연장시키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등 지정학 위기발 비료·에너지 공급난과 기후 변동성이 결합함에 따라 공급망 차질과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 발생한 엘니뇨로 글로벌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된 전례가 재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따른 비용이 글로벌 식량 공급망 전체로 스며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온전한 파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 "그 결과 2028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완전히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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