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두 달여 만에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경고도 엔화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 엔화 약세 지속 시 수출가격을 낮춰 수출증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결국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올가을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25일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레어 163.80~90엔을 기록하며 큰 변동없이 횡보했다. 도쿄 외환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은 163.66~88엔에서 거래됐다.
미국과 이란의 회담 재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제 유가와 미국 장기 금리가 하락했고, 이는 엔화를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중동 정세를 둘러싼 신중한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엔화를 적극 매수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흐름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전했다.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의 전투를 끝내기 위한 회담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동의 에너지 공급 차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서부텍사스산원유) 9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 하락한 배럴당 89.31달러로 마감했다. 고유가 지속이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일단 가라앉으면서 시장에서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엔화 매수)이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원유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미국의 장기 금리가 저하된 점도 엔화 가치를 지지하는 요인이 됐다.
23일엔 엔달러 환율이 1986년 11월 이후 39년 8개월 만의 최고치(역대 최대 엔저·달러 강세)를 기록한 직후인 만큼, 주말을 앞두고 이익 실현 등을 위해 보유 자산을 조정하려는(포지션 조정) 엔화 매수 움직임도 일부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전날 환율이 40년 만에 최저치인 달럳아 163.99엔을 기록한 데 이어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달러당 165엔에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주 들어 0.9% 하락하면서 일본정부가 역대 최대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한 직후 엔화가치가 떨어진 5월 이후 가장 저조한 주간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정세의 앞날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 연장에 합의하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는 달러 강세 상태가 지속될 것"(ING의 제임스 나이틀리)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신중한 관망세가 엔화 가치의 추가 상승(환율 하락)을 억제했다.
더욱이 다음 주에는 일본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각각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30~31일 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8~29일에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각각 금리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니혼게이자이에 "최근의 엔저 흐름을 감안할 때, BOJ가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타카파의 톤을 보여준다면 엔화 가치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금리 선물 시장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미 금융정책을 예측하는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Fed가 7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 확률이 24일 저녁 기준으로 40%에 육박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진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엔화 매도·달러 매수) 흐름이 나타나기 쉬워졌다.
카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일본 시간 24일 오전 엔화 환율에 대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적절히 대응하겠다"면서 "그것은 단호한 조치를 과단성 있게 실행한다는 뜻이다"며 시장 개입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이 기존의 구두 개입 수위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외환시장의 반응은 제한됐다.
이수영 기자 I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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