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된 경제수장,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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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된 경제수장, 누구 책임인가?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5.05.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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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경제사령탑이 공석이 됐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 의결을 강행하자 최 전 부총리가 자진 사퇴한 것이다. 경제 성장 악화는 물론, 대외신인도 하락도 걱정된다. 누구 책임인가? 정부와 집권여당의 탓도 있지만 거대 야당의 책임이 대단히 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왼쪽)이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범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왼쪽)이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최 전 부총리는 1일 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직후인 오후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고 15분 만에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맡은 한덕수 전 총리가 대선 출마로 사퇴한 데 이어 최 전 부총리마저 물러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0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국가가 됐다.  

가장 큰 걱정은 경제사령탑의 부재다. 기재부는 김범석 차관이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와 확대간부회의 등을 주재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대미 통상과 추경·대외신인도 사수, 관세 충격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범석 직무대행은 정통 관료이며 정부 부처에는 그처럼 정책을 짜고 집행하는 뛰어난 공무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 부처를 조율할 무게있는 인사가 부족한 현실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미국발 관세 충격 최소화, 대외신인도 사수 등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미 올해 한국 경제는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의문을 달지 않는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의 역성장을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상호관세 정책의 파도는 계속 밀려오고 있어 연간 성장률은 0%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에 토를 다는 이는 드물다. 

이주호 권한대행은 경제 분야는 물론, 통상·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전무한 관료다. 여러 부처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하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거론하며 관세협의 조기 타결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이번 주부터 관세·비관세 장벽, 경제안보, 투자협력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 최 전 부총리가 권한대행에서 물러나면서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 홀로 떠맡게 됐는데 이 부총리는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잦은 탄핵이 초래한 정국 혼란과 국정 공백은 대외신인도에 부정의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최 전 부총리의 사퇴를 한국의 정치 불안 가중 신호로 해석하고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통인 한덕수 전 총리가 없는 현실에서 외롭게 선 김 직무대행의 어깨가 짖눌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모든 일은 집권 여당의 무능함 탓도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세 탓이 크다. 무엇보다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무리수, 무차별 탄핵안을 발의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통령 권한 대행들의 줄 사퇴는 한국 정부의 마비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최 전 부총리 사퇴로 국무위원이 14명이 되면서 국무회의 정족수가 부족해 국무회의를 열 수조차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해야 하고 구성원의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한다. 

쉽게 말해 한국 정부는 무력화됐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지경에 빠졌다. 법제처는 정부조직법상 15명 이상의 국무위원 정원이 있는 경우 자연인이 공석이더라도 국무회의는 구성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구성원을 직위가 아니라 자연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안건의 적법성을 놓고 논란이 생길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국무회의 무력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국정공백과 혼란으로 경제계가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졌다. 앞으로 법과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무회의의를 통과한 정부안 등을 거대 야당이 시비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후대를 위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 일자리 창출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 됐다. 기업들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정치 때문에 모든 국민이 큰 고통을 받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 개혁, 헌법 개헌이 절실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더 극심한 폐해를 낳고 있는 '국회의 입법 독재'를 언제까지 두고볼 것인가. 

박태정 기자 ttch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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