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호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구리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리 생산의 핵심 원료인 중동산 황산 공급이 차단되면서 세계 구리 생산량의 5분의 1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와 천연가스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황을 원료로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한국 고려아연과 LS MnM은 아연과 구리 등 비철금속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고순도 황산을 각각 150만t, 190만t, 40만t 정도 생산하고 있어 타격은 덜한 편이다.
중국 국영 금속 기업인 중국민메털스(China Minmetals) 산하 경제연구소는 14일 보고서에서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의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황 운송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 구리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리를 생산하는 습식 제련(리칭, 침출)에서 황산은 구리 광석에서 구리를 녹여내는 데 쓰인다. 습식 제련은 세계 구리 생산의 약 20%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황산이 주연으로 활약한다. 구리 광석을 잘게 부순뒤 황산 용액을 부어넣어 광석 속에 포함된 구리 성분만 액체 상태의 황산구리(CUSO₄)로 녹여낸다.액체 구리를 전기 분해해 순도 99.99%의 구리 판을 만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 등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정제할 때 나오는 대량의 유황을 원료로 삼아 황산을 제조한다. 이들 국가들은 클라우스 공정(Claus Process)를 통해 가스에서 황 성분을 분리해 노란색 고체 덩어리인 '원소 유황'을 생산한다. 이 유황을 1단계로 건조한 공기와 함께 연소로에 넣고 태워 이산화황(SO₂) 가스로 만들고 이어 한번 더 산화해 삼산화황(2SO₃)을 만든다음 이 가스에 물을 부어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 지역 전체를 통틀어 단일 기업 기준 최대 황산 생산업체인 사우디 국영 광업 기업 마아덴은 일일 생산량 1만 3500t, 연산 490만t에 이르는 거대한 황산플랜트 3개를 가동하고 있다. 또 이란은 국영 구리 기업 NICICO 산하의 사르체슈메(Sarcheshmeh) 구리 제련 복합단지가 연간 약 90만t의 황산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전 세계 해상 황 무역의 약 50%를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라는 점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해협 폐쇄 장기화로 황산 가격은 이미 55% 폭등했다.
연구소는 이번 중동 분쟁으로 매달 약 175만t에 이르는 세계 황 생산과 운송이 중단됐다. 이는 세계 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이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번 공급 충격에 가장 크게 노출된 지역은 세계 최대 구리 생산지 중 하나인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칠레다. DRC는 구리 생산에 필요한 황산 수요의 약 60%를 수입 황에 의존하고 있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DRC내 대형 광산들이 2~3개월치의 재고로 버티며 러시아 등으로 조달처를 우회하고 있으나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중국은 자국 내 비료 생산과 공급 보호를 위해 5월1일부터 황산 수출 중단 신호를 보냈다. 이 여파는 구리 생산 대국인 칠레로 퍼지고 있다. 칠레는 지난해 황산 수입의 30% 이상을 중국에 의존했다.
연구소는 구리 산업의 특성상 황산 단기 공급 차질은 견딜 수 있으나, 황산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명확한 세 공급망에 구조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알림] 이 기사는 투자 판단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