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기 주가가 21일 급등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 실리콘 캐퍼시터 1조 5570억 원어치 공급하는 소식과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유리기판(glass substrate) 사업에서 자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과 연합 생태계를 구축한 덕분에 내년 말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이익 점프'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에 비해 12.16%(12만 9000원) 오른 119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틀 연속 급등세다. 20일에도 7.50%(7만 4000원) 상승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13일 102만 9000원으로 처음으로 황제주 자리에 올랐다.
주가는 기관이 견인하고 있다. 기관은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하면서 같은 기간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주식을 사모으며 주가를 뒷받침했다. 기관은 7거래일 연속해 총 81만 2195주를 순매수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공시효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20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실리콘 캐퍼시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1조 5570억 원으로 최근 매출액의 13.8%에 해당한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경영상 비밀 유지 등을 이유로 고객사명과 주요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리콘 캐퍼시터는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 웨이퍼' 판 위에 정밀하게 전기가 흐르는 층을 층층이 쌓아서 만든 첨단 전자 부품이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실리콘 캐퍼시터는 실리콘 위에 유전체/내부전극을 차곡차곡 쌓아서 캐퍼시터를 만든다. 웨이퍼 그라인딩으로 두께 100㎛(마이크로미터, 머리카락 굵기 수준)이하로 박막화가 가능해 패키지에서 두께의 제약 없이 적용이 가능하다.
실리콘 웨이퍼 표면에 미세한 수직 구멍(Trench)을 깊게 파내는 반도체 기술을 쓰기 때문에 물리적 면적은 극도로 작지만, 전기 저장 표면적을 극대화해 초소형·대용량을 동시에 달성한다.
반도체 메인 칩과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배치할 수 있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기생 인덕턴스(ESL)가 매우 낮다. 덕분에 초고속 데이터 전송과 노이즈 제거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밖에 전원의 안정화에 유리하고, 전압과 온도변화에 높은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패키지 두께를 얇게 설계할 수 있고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에 가까이 위치할 수 있어 고속 데이터의 안정적 전송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삼성전기에 대한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KB증권과 DB증권은 이날 목표주가를 16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캐퍼시터는 반도체 박막 공정을 통해 제조되는 수동소자로, 반도체 패키지의 면적과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된다"면서 "최근 인공지능(AI) 가속기 등 고성능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민 연구원은 "향후 시장 고성장과 고객군 확대 등에 힘입어 실리콘 캐퍼시터 관련 실적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면서 "특히 패키징 기판 내부에 실리콘 캐퍼시터를 내장하는 임베디드 기판은 삼성전기만의 독창적이고 강력한 제품이 돼 인공지능(AI) 수퍼 사이클 발 수혜를 강하게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하나증권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170만 원으로 올려놓았다.
다올투자증권은 150만 원, iM증권은 140만 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올렸다.
1분기에는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에 매출 3조 2091억 원, 영업이익 2806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 불어났다. 분기 매출이 3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은 11%를 넘어섰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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