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과 배터리 SK그룹 환경부문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가 미국 전자폐기물 공급망 선점에 나섰다. 일본 기업들과 종합상사들이 정교하게 구축한 재활용 공급망에 한국 기업들이 뛰어든 것이다.
리소스 리사이클링 보도에 따르면, 이그네오/페달포인트(Igneo/PedalPoint)와 카타만 메털스(Kataman Metals)의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13종 금속을 처리할 수 있는 제련소를 건설하고 있다.
SK그룹의 환경부문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2월 싱가포르 기반의 글로벌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선도기업인 테스(TES, 현 SK테스)를 약 1조 2000억 원(10억 달러)에 100% 인수했다. 이를 통해 버지니아, 조지아, 워싱턴주 등 미국 전역에 IT 자산 처분(ITAD)과 폐전자제품 가공 시설을 확보했으며, 이후로도 지속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북미 재활용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정교한 공급망을 구축해놓고 있어 한일간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종합상사인 스미토모상사(Sumitomo Corporation of Americas)는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에 특화된 텍사스 기반의 IT 자산 처분(ITAD) 업체인 그린텍 솔루션스(GreenTek Solutions)의 지분을 인수했고 미쓰비시 머티리얼(Mitsubishi Materials Corp)은 엘리멘탈 USA(Elemental USA E-Waste & ITAD)에 투자했다.
앞서 일본 종합상사인 소지츠(Sojitz Corporation)는 지난 2021년 글로벌 대형 IT 자산 처분(ITAD)과 폐전자제품 재활용 기업의 일본 법인인 테스엠(TES-AMM) 재팬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고 2023년에는 일본의 대표 구리 정제련 기업인 JX 금속(JX어드밴스트메털스)과 손잡고 캐나다 최대의 폐전자 제품·ITAD 수거·가공 업체인 이사이클 솔루션스(eCycle Solutions)에 투자했다. 당시 JX 금속은 ITAD를 자사의 새로운 사업 분야로 설명하며, 두 회사가 함께 이 분야에 진출하는 이유로 소지츠의 북미 지역 운영 경험을 꼽았다.
일본의 정제련 기업들은 북미 파트너 역할을 하는 종합상사를 통해 자사의 하류(downstream) 가공 공정에 원료를 대는 '수거와 1차 가공(origination)' 단계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정책 또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일 핵심 광물 협정(Critical Minerals Framework), 2026년 3월 일본 경제산업성(METI)과 외무성(MOFA)이 발표한 공동 팩트 시트(Joint Fact Sheet)는 모두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동맹국의 원료 공급망에 투자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런 거래들은 미국산 회로기판에서 회수된 귀금속이 여전히 거의 전부 해외(주로 일본)에서 정련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인허가 제도와 가공 규모가 아직은 그 막대한 물량을 감당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수거된 핵심 자원이 일본 등 해외 제련소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을 보여준다.
리소스리사이클링은 "지난 수년간 원료 물질은 일반 무역 관계를 통해 정련을 목적으로 북미 이외의 지역으로 흘러 나갔는데 새로운 점은 지분(소유권) 구조 역시 이와 동일한 경로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해외 산업 그룹들이 단순히 원료 물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애초에 그 물질을 만들어내는(수거·가공하는) 회사들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한국은 국내 광업 기반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미쓰비시 머티리얼, JX 금속,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들은 채굴된 광석보다는 수입 원료나 2차 원료(재활용 원료)를 가공하는 것을 중심으로 수십 년 동안 사업을 구축해 왔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리소스리사이클링은 "이들 기업에 재활용 금속 회수는 새로운 트렌드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물려받은 전략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이미 이 기업들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에 의존하는 정련 생산 능력을 가동하고 있으며, '수거와 1차 가공(origination)'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단순히 현물 시장의 거래 관계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원료 공급원을 확보하는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핵심 광물 정책은 국내 채굴·가공 등 지리상의 요건에 집중돼 있어, 한국·일본 등 외국 자본이 통제하는 공급망을 놓치는 법적 맹점을 안고 있다. 테네시주 제련소 사례처럼 국내 생산 정책의 문구는 충족하더라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의 본래 취지는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리소스리사이클링은 지적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
[알림] 이 기사는 투자 판단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