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 소비와 설비 투자는 늘었지만 민간소비와 수출이 줄은 결과로 풀이된다.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규모 10위권내 선진국들이 -3%대에서 - 10% 이상 역성장이 예상되는 데 비하면 그 역성장 폭이 훨씬 작다며 우리 경제가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다시 입증한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회복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부는 앞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피해부문 지원에 집중하되 중장기로는 고용과 지속성장을 위한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실질 GDP'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GDP는 1.1% 증가했지만 연간 실질 GDP는 1.0% 감소했다. 연간 실질 GDP가 줄어든 것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5.1% 이후 처음이다.
이는 한은 전망치 1.1% 감소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전년(2.0% 성장)과 견줘 3%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쳐 같은기간 5~10%포인트 떨어진 다른 국가에 비해 낙폭이 적었다. 아울러 중국(2.3%)을 제외한 주요국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는 정부소비가 5% 증가했지만 민간소비와 수출이 각각 5%, 2.5% 줄면서 전체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민간소비는 1998년 -11.9%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수출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5%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항목별 장기여도는 내수는 -1.4%포인트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3%p)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순수출은 0.4%포인트로 3년 연속 플러스로 기여했다. 주체별로는 민간은 -2.0%포인트로 1998년(-5.1%p) 이후 부진했다. 정부는 1%포인트를 기록해 전년(1.6%포인트)에 이어 1%포인트대 기여를 이어갔다.
분기별 성장률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심한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코로나 상황이 호전된 3분기엔 2.1%, 4분기엔 1.1% 로 반등했다. 4분기에는 반도체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5.2% 늘었지만 서비스업과 재화 등 민간소비가 1.7% 줄면서 소폭 성장에 그쳤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하반기중 코로나가 진정되고 일상의 경제활동이 가능했다면 역성장을 막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4분기를 비롯한 지난해 GDP는 3가지 측면에서 그 특징과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호평했다.
홍 부총리는 첫째 코로나 사태 지속에 따른 어려움 속에서도 하반기 들어 2분기 연속 (+)성장을 나타냈고 둘째, 4분기 실물지표로 확인할 수 있었던 수출의 뚜렷한 개선흐름과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른 내수부진이 GDP 통계로도 고스란히 나타났으며 셋째, 정부도 재정을 통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경제규모 10위권내 선진국들이 -3%대에서 -10% 이상 역성장이 예상되는 데 비하면 우리는 그 역성장 폭이 훨씬 작았다며 우리 경제가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다시 입증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에 따르면, 주요국의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이 -3.7%,일본 -5.3%, 캐나다 -5.4%, 독일 -5.5%, 프랑스 -9.1%, 이탈리아 -9.1%, 영국 -11.2%다.
홍 부총리는 특히 "정부는 59년 만에 1년 4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등 310조 원 규모의 과감한 지원대책을 신속히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 연말 예산 이불용의 최소화 등 강력한 재정집행을 통해 2020년 마지막 날까지 경기보강에 총력을 기울였다"면서 "그 결과 재정이 지난해 성장에 1%포인트의 큰폭의 기여를 해 역성장을 완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제위기시 민간이 어려울 때 재정이 제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고 보인다"고 자평했다.
홍 부총리는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에 자신감을 갖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반등”을 이루어내기 위해 다시 한 번 막바지 힘을 모아 전력질주해 나가는 것"이라면서 정부부터 솔선하여 앞장서 뛰겠다고 밝혔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