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기업 오욕의 11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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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피해기업 오욕의 11년 끝?
  • 이정숙 기자
  • 승인 2019.12.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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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부도내고 직원은 범죄자 돼

11년을 끌어온 키코(KIKO) 분쟁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피해 기업 4곳에 은행이 총 256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배상 권고액이 키코 기업의 피해액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쉽지만 금융당국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평가한다"며 금감원 결정을 사실상 수용했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키코사태는 이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면서  "은행들에서 이번 결과를 수용하고 나머지 피해기업들과의 협상에도 진정성을 갖고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조정을 통해 받게되는 배상금이 다시 채권단인 은행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금융당국도 보증채무 면제 등을 도와달라"면서 "채권단들도 기업인들이 배상을 통해 사업을 재기할 수 있도록 채권환수를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이제라도 금융회사들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피해기업들의 손실배상비율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원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중앙회는  "금융회사들은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조속히 피해기업들에게 배상함으로써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조정을 받은 피해기업은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원글로벌미디어, 남화통상 등 4곳으로, 키코로 입은 피해액은 모두 1500억 원으로 추정된다.1984년 설립된 일성하이스코는 열교환기 압력용기 증류기 등 석유화학플랜트 전문업체다. 2008년 '1억달러 수출의 탑'까지 받은 강소기업인 일성하이스코는 그해 매출액이 2500억 원에 달한다. 매출액 중 90% 이상을 수출로 달성한 우량 중견기업이다. 키코에 가입했다가 2011년까지 907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일성하이스코는 2012년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30년간 노사분규 한 번 없이 동고동락한 430명 임직원과 1000여 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기업회생은 2017년 10월 종결결정을 받았다.

휴대폰 단말기 부품과 사출금형 자동차부품 등을 제조하는 재영솔루텍은 수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우량 중견기업이었다. 키코에 가입했다가 2년간 600억원 이상 손실을 냈다.  2008년 기준 매출이 2078억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 555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9월 현재 매출액은 1042억원으로 2008년의 반토막 수준이지만 경영정상화 계획을 착실하게 이행해 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원글로벌미디어는 ITTV 방송기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생산, 개발하는 업체로 트리플 A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중소기업이었지만 키코사태 이후 막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다 재무구조가 악화돼 2016년 휴업하게 됐다.

키코에 가입한 대다수의 수출 중소기업들은 독자 개발한 기술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었는데 키코 사태로 줄도산했다. 기업 회생절차를 밟은 기업은  기업 중 부도처리된 곳도 있다. 채권은행단은 형사고소를 했다, 결국 특정경제범죄인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기업인도 있다.

 6개 은행이 물어내야할 배상액은 255억원으로 기업 피해 추산액의 17%에 불과하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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