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WTI 사상 첫 마이너스 왜? 만기 청산 혹은 갈아타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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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WTI 사상 첫 마이너스 왜? 만기 청산 혹은 갈아타기 탓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4.21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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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저장시설 부족이 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5~6월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의 원유 감산 합의에도 국제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만기가 돌아오는 5월 인도분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원유 판매회사들이 구매자들에게 돈을 주고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우디와 러시아간 원유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20일(미국 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진=러시아투데이
사우디와 러시아간 원유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20일(미국 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진=러시아투데이

이는 선물 만기에 포지션을 롤오버하면서 생긴 일로 보인다. 근월물인 5월 인도분을 반대매매해서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차월물인 6월 인도분으로 만기전환(롤오버)하면서 유가가 급락한 것이다.

20일(미국 현지 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기준 유가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배럴당 15를 기록하며 20% 가까이 폭락했다.

특히  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37.63달러로  306%(55.90달러) 하락해 역사상 처음으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WTI 5월 인도분은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에 19.7% 하락했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하루 낙폭 기준으로 이는 1983년 이후 가장 크고 종가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 5월 인도분이 추락한 것은 만기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6월 인도분으로 전환하면서 물량이 쏟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5월 인도분 투자자들은 매수 포지션을 들고 만기를 지나면 조만간 원유를 인수해야 한다. 장기 저유가로 원유 저장시설이 줄어 추가 저장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보유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6월 인도분으로 갈아타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그러니 5월 인도분은 하락하고 6월 인도분은 높게 형성되는 것이다.

재고가 넘쳐나고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일제히 5월 인도분을 팔아치우고 6월 인도분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비정상으로 왜곡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미국의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이번 추락은 저장능력이 한계에 도다라고 있어 아무도 실물 인수를 하지 않으려고 함에 따라 계약을 6월 인도분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부터 거래되는 6월 인도분도 18.3%(4.60달러) 하락한 배럴당 20.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WTI 10월 인도분은 배럴당 32달러선, 11월~12월 인도분은 33달러선에 머물고 있다.결제월이 늦어질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이른바 '콘탱고'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산 원유의 수요가 올해 가을쯤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 기준 유가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8.94%(2.51달러) 하락한 배럴당 25.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지난주에 10.8% 하락한 데 이어 주 첫날 근 9%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브렌트유는 대부분 송유관으로 운송되는 WTI와 달리 해상 운송량이 많아 저장 염려의 제약을 덜 받아 낙폭이 그만큼 적었다.

앞선 12일 사우디와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은 5월과 6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970만 배럴로 대폭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만큼 이 협정이 현재의 과잉공급을 없애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으면서 유가가 폭락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라는 브렌트유 기준으로도 유가는 올해들어 이미 60% 이상 추락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마비가 풀리지 않는 한 수요 회복에 따른 유가 반등은 쉽사리 기대하기 어렵다. 하반기에나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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