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2년 만에 또 외환위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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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2년 만에 또 외환위기 맞나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8.1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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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급락세가 앞으로도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터키가 2년 만에 다시 외환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초부터 지속돼온 터키 리라화 약세는 터키 중앙은행(TCMB)의 상궤를 벗어난 통화정책과 터키 경제의 취약성이 근본 원인이어서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땜누에 터키는 외환위기를 겪은지 불과 2년만에 최근 다시 외환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터키 리라 지폐 뭉치. 사진=CNBC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터키 리라 지폐 뭉치. 사진=CNBC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리라는 지난 13일 달러당 7.31리라에 거래됐다. 올들어 최저 수준이라는 지난 54월 달러당 7.269 기록을 깼다.  달러화에 견준 리라화 가치는 올들어 이날까지 23% 넘게  하락했다. 그만큼 리라·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수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식과 채권시장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완차손을 입는 만큼 빨리 투자지분을 매각하고 빠져나가는 만큼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외화부족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애널리스트들은 TCMB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돼 터키 통화정책이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있는 데다 터키 정부의 재정정책 역시 기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리라가 급락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터키 기준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저금리를 옹호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고금리 정책을 추진한 무라트 세틴카야( Murat Cetinkaya) TCMB 총재를 경질하고 새로운 총재를 앉혔다.

이후 터키 기준금리는 급속히 떨어져 1년새 연 24%에서 8.25%로 하락했다.

기준금리를 높인 것은 인플레이션을 진정하고 시중 유동성을 줄여 리라가치를 방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시중금리를 높여 외국인 투자자와 달러를 유치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이런 정책 방향을 뒤바꿨으니 리라가 폭락하고 리라 급락세를 외환보유액으로 방어하면서 터키 외환보유액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터키 외환보유액 추이.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닷컴
터키 외환보유액 추이.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닷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870억 달러에서 이달 7일 현재 465억 89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외국 투기세력들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됐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전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6%로 지난해 8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5월 11.4%보다 더 뛰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CNBC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CNBC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개월 뒤 리라달러 환율이 1달러에 7.75리라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터키의 정책방향에 따라 앞으로 낙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경고했다.

골드만삭스 외환부문 공동책임자인 카마크시야 트리베디는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터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리라는 더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리베다는 2018년 터키 외환위기 당시 리라는 매우 짧은 기간 달러에 대해 가치가 50% 가까이 추락했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외환시장개입이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티머시 애시 선임 신흥시장 전략가는 "최근 리라 평가절하는 "(달러당) 6.85리라를 방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라면서 "터키의 외환방어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애시는 "터키는 리라 방어를 위해 650억 달러를 날려버렸다"면서 "그러면서도 아무런 이득도 못봤고, 지금은 외부 금융여건에 따라 리라가 하락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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