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글로벌호크 도입 재검토...이란 격추 때문? 돈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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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글로벌호크 도입 재검토...이란 격추 때문? 돈때문?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0.08.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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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당초 내년 배치를 목표로 한 미국산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도입계획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상에서 약 20km 상공에서 작전하는 고도도 정찰기인데도 이란에 격추당한 게 이유라는 주장과 미 공군의 도입 취소에 따른 유지비용 증가 때문이라는 등 다양한 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 정찰기. 사진=노드롭그루먼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 정찰기. 사진=노드롭그루먼

글로벌호크는 한국 공군이 지난해 '1호기'를 시작으로 총 4대의 글로벌호크 블록30 기종을 도입했으며, 올 하반기 중 4대 모두 작전에 투입할 예정으로 있는 정찰기여서 주목된다.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15일(현지시각) '일본이 갑자기 자국의 거대한 정찰 드론에 별로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이 글로벌호크 구매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지지통신은 지난 13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일본 주변의 안보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어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면서 최적의 방위력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방위장비 조달계획이 재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미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절차에 따라 내년 중 RQ-4 글로벌호크 3대를 도입,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과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 외딴 섬 지역에 대한 경계·감시임무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일본은 현재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의 이런 구상에 글로벌호크는 안성맞춤인 정찰기다.

미공군의 글로벌호크. 사진=미공군
미공군의 글로벌호크. 사진=미공군

우선 글로벌호크는 지대공 미사일의 사거리 밖인 지상 20㎞ 상공에서 특수 고성능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으로 지상의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 위성급의 무인정찰기이다.

둘째 길이 14.5m, 날개 너비 39.9m,높이 4.64m로 꽤 크다. 연료와 무기를 싣지 않은 자체 중량(공허중량)이 6.78t, 최대 이륙중량은 14.63t이다. 이 때문에 많은 장비와 연료를 실고 오래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강력한 롤스로이스제 엔진 덕분에 최고 속도 시속 629 km, 순항속도 570km를 자랑한다. 초음속은 밑돌지만 그래도 빠른 속도다.

한번 떠서 38∼42시간 작전 비행을 할 수 있다. 레이더 탐지거리는 100여km다. 작전 반경이 3000km 이르러 일본의 정찰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포브스는 일본이 약 2년 전에 미국 방산업체 노드롭그루먼에 글로벌 호크 3대를 위해 약 5억 달러를 지급하고 인도는 오는 2022년 완료될 예정이었다면서 이란군이 이란 근처 공역을 비행하는 글로벌호크를 격추한 후 구매 재검토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브스는 "글로벌호크가 최대 약 20km 높이로 비행하지만 초음속이 아니며 스텔스 성능이 없어 강력한 지대공 미사일에 취역하다"면서 "이란군은Buk M1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이 미 해군 글로벌 호크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미 공군의 글로벌호크가 작년 6월 이란군에 격추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중국의 높은 방공능력 수준을 감안할 때 고가의 기체를 격추 위험에 노출시킬 순 없다. (글로벌호크는) 해양감시에도 맞지 않고 쓸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미 공군이 2021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글로벌호크 블록20 및 블록30 기종의 '퇴역' 의사를 밝힌 것도 일본 측이 도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데 영향을 줬다. 미 해군은 카메라와 전자광학 장비를 갖춘 글로벌호크 68대 조달 계획을 바꾸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미국이 글로벌호크를 퇴역시키면 일본과 한국만 이 기종을 보유하는 나라가 돼 유지관리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호크 도입사업 비용 일부를 이미 미국 측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을 현 단계에서 중단할 경우 '세금 낭비'란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미국산 무기 도입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결정한 건 올 들어서만 지상 배치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 '이지스어쇼어'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겠다"며 2017년 말부터 '이지스 어쇼어' 도입 사업을 진행해오다 올 6월 전면 취소하고,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마사일 도입 등 '적(敵)기지 공격력' 확보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일본의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ASM-3. 사진=디펜스블로그
일본의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ASM-3. 사진=디펜스블로그

일본이 글로벌호크 도입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일본의 많은 섬들과 해수역을 감안하면 정찰 수요는 엄청나게 많다. 일본은 현재 육상과 해상 레이더, 유무인 초계기와 EC-1 정보수집기, 213대의 F-15J 초음속 전투기의 정찰 포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일본은 또 정찰위성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02년 이후 18개의 '정보수집' 위성을 발사했는데 군사용 정찰위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위성은 카메라를 탑재하고 일부 위성은 주야간 전천후 정찰용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언제라도 정찰 위성 10기가 작전을펼수 있다면서 이론상 24시간 지상을 감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의 인공위성들은 ASM-3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한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관리들은 이런 역량을 갖춘 위성들은 공격에 취약하지 않지만 글로벌호크는 취약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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