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참깨 수입상이 관세 4505억 안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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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참깨 수입상이 관세 4505억 안낸 이유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2.07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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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율 최고 630%여서 탈세 유혹 커

올해 개인과 법인이 체납한 관세는 총 9196억 원인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4505억 원을 체납한 중국산 참깨 수입업자의 이름이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년 연속으로 개인 체납 최고액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참깨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주는 반면, 수요는 여전히 높은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데 630%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탈세 유혹이 커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연도별 참깨 재배면적과 생산량 추이. 사진=통계청
연도별 참깨 재배면적과 생산량 추이. 사진=통계청

 

관세청이 7일 공개한 '2020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251명 중 개인은 173명, 법인은 78개 업체로 나타났다. 법인 체납 최고액은 198억원, 1인(개인 및 법인) 평균 체납액은 3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처음으로 명단이 공개된 개인과 법인은 각각 6명, 5개 업체로 총 441억원을 체납했다. 명단이 재공개된 개인 167명은 7776억 원을, 법인 73개 업체가 979억 원을 체납했다. 

중국산 농산물 수입자 장대석씨(66)가 체납액 4505억 원으로 체납액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체납금액의 49%에 이른다. 재공개 대상자 중 최능하(65·체납액 570억 원), 백상규(57·519억 원), 임종원(69·체납액 57억 원), 박정수(77·체납액 24억 원) 등 고액·상습체납자들은 모두 장씨의 동업자들이다.

관세청은 "세계무역기구(WTO) 양허제도에 따라 일정량의 농산물에 대해선 저율 관세를 무는데, 장 씨는 중국산 참깨를 수입하면서 다른 사람 이름을 도용해 저율 관세를 내다 적발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참깨 수입 때 적용되는 관세는 할당량(40%)을 빼고는 630%에 이른다.참깨 1000만 원어치를 수입하려면 관세 6300만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농림수산부 위탁을 받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추천을 받아 참깨를 수입하면 관세율은 60%로 내려간다. 정상으로 수입하는 것에 비하면 관세율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추천해 주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또 녹두에 607.5%, 대두에 487%, 건고추 270%, 땅콩 230.5% 등 농축산물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처럼 수입 관세가 높은 것은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 참계 생산량은 6000여t으로 지난 해의 절반 수준이고 2007년(1만7506t) 이후 13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수입이 늘 수밖에 없고 탈세의 유혹은 클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0년 고추, 참깨, 고랭지감자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참깨 생산량은 6795t으로 지난해 1만2986t보다 47.7%(6191t) 줄었다. 올해 생산량은 198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참깨 재배면적은 2만2930헥탁르(ha)로 지난해에 비해 8.9% 줄었다. 10a(1a=1000㎡) 기준 생산량은 30kg으로 전년(52kg)에 비해 42.6% 줄었다.

고추 생산량은 6만76t으로 전년(7만8437t)에 비해 23.4% 감소했다. 재배면적은 3만1146ha로 1.6% 줄었고 10a당 생산량은 193kg으로 전년(248kg)에 비해 22.2% 감소했다. 

장씨는 지난 2013년 명의도용으로 적발돼 관세 약 2500억원을 부과받았다. 그는 관세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해당 소송에서 장씨가 최종 패소하면서 그가 물어야 할 세금은 4505억 원으로 불어났다. 체납액에 가산금 75%가 더해진 결과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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