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57% 폭등...장보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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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값 57% 폭등...장보기 겁난다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1.08.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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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알 한 판 전국 소매가격 7266원...정부 8~9월 2억 개 수입, 공급가격 1000원 인하

연초 시작된 계란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급격히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범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응해 정부가 선제 살처분한 산란계(알을 낳는 닭)의 숫자가 많은 데다 계란 수입량도 수요를 맞추지 못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6월6일 서울 용산 이마트에 진열된 계란. 사진=이정숙 기자
지난 6월6일 서울 용산 이마트에 진열된 계란. 사진=이정숙 기자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계란 한 판(특란·30개)의 전국 소매 평균가는 7266원으로 나나탔다. 하루전인 2일에 비해 2원 내렸지만 1년 전 5145원과 예년 평균 5239원에 비해 각각 42.2%, 38.7%올랐다.

계란값은 지난 1월 말 7000원을 넘어선 뒤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고값은 한 달 전 9500원에서 조금 내렸지만 여전히 9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계란 소매가격 추이. 사진=농수산물유통공사 가격정보서비스
계란 소매가격 추이. 사진=농수산물유통공사 가격정보서비스

이는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저(AI) 방역을 위해 과잉 대응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대규모 살처분을 한 데다, 가격 안정 대책으로 추진된 계란 수입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미국과 태국에서 계란 2억 개를 수입했지만, 국내 하루 계란 소비량이 평균 4500만개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계란값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급등에 기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2.6% 올랐는데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주도했다. 농축산물가격은  지난달 1년 전보다 9.7% 상승했는데 그 중에서 계란 가격이 많이 올랐다.

계란가격은 57% 급등해 2017년 7월(64.8%)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계란 가격은 올해 1월(15.2%)부터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으며, 특히 6월(54.9%), 7월(57.0%)에는 상승률이 50%를 웃돌았다.

정부는 상반기에만 2억 개가 넘는 계란을 수입하며 가격 안정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안정세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6월22일 국무회의에서 연말까지 신선계란 1만8000t을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백약이 무효인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생산·유통·판매 단계를 점검하고 수입 계란의 충분한 확보를 특별하게 살피라"고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란 생산·유통 사업자 단체 등에 '가격 담합을 벌일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대전 오정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계란값 점검에 나섰다. 계란값이 뛰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세 번째 현장 방문이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대전 오정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이 마트 둔산점을 찾아 수입계란 판매상황과 축산물 등 농산물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대전 오정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이 마트 둔산점을 찾아 수입계란 판매상황과 축산물 등 농산물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부총리는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농식품부ㆍaT측에 "7000원 대에 정체돼 있는 계란가격이 조속히 6000원 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특히 8월 1억개, 9월 1억개 수입 등 수입계란의 충분한 확보와 이러한 수입물량 공급이 소비자 계란 가격인하로 연결되도록 유통을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홍 부총리는 급식ㆍ가공업체에 주로 공급돼 온 수입계란이 소비자에게 더 많이 공급되도록 대형마트 등에 수입물량의 절반 이상 공급을 목표로 배정하며, aT의 수입계란 공급가격도 5일부터 1000원 인하(4000원→3000원)해 30개 한판 3000원에 공급, 소비자판매가격이 더 인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계란값 급등의 근본원인으로 정부의 과잉 살처분이라며 생산기반을 되살릴 것을 조언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AI가 발생하자 선제 차단을 하겠다며 발생 농가 반경 500m인 살처분 범위를 3km로 크게 넓혔다. 이런 대규모 살처분이 벌어지면서 전체 산란계(약 7400만마리)의 23%인 1700만 마리를 처분했다.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2016∼2017년 AI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발생 농가는 당시의 25% 수준에 그쳤는데 산란계 살처분 마릿수는 비슷했다.

전문가들이 '살처분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계란값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 당국은 전혀 듣지 않았다.

계란을 낳는 산란계는 물론, 그 산란계를 낳는 산란종계까지 대거 살처분되다 보니 계란 생산기반이 무너져 계란 생산량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계협회는 "AI로 살처분된 산란계가 1700만 마리지만  새로 들인 산란계는 400만~500만 마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닭의 조부모 격인 원종계. 사진=하림
닭의 조부모 격인 원종계. 사진=하림

정부는 지난 1월 말 미국과 태국에서 계란 2억개를 들여온 데 이어 8월과  9월에 각각 1억개씩 추가로 수입해 가격안정에 나설 방침이지만 수입량이 부족해 계란값 안정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국내 하루 평균 계란 소비량(4500만 개)을 감안하면 2억개는 4.5일 치에 불과하다.

계란값 문제를 풀려면 어린 산란계(중추) 공급을 늘리고 수입 물량을 크게 확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두 가지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계란값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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