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50만t 의무매입시 혈세 1조 날아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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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쌀 50만t 의무매입시 혈세 1조 날아간다는데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2.09.20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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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 속도...정부 25일 쌀값 안정화대책 발표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안은 민주당이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이 넘는 171석을 가진 만큼 27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쌀 매입에만 한 해 최대 1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혈세 낭비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7일 국회의 본회의에서 쌀값 하락을 막기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쌀값 폭락을 정부가 방치한다는 취지의 이재명 당대표의 발언을 그린 포스터.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7일 국회의 본회의에서 쌀값 하락을 막기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쌀값 폭락을 정부가 방치한다는 취지의 이재명 당대표의 발언을 그린 포스터. 사진=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은 20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포함한 7개 법안을 10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5일 국회 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권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제7차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에 ‘쌀값정상화법’을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면서 "당장 내일 예정된 국회 농해수위 법안1소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총의를 모으고 선제적 쌀 생산조정제도 재도입 등 추가적 조치들도 검토할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우리 농민과 농촌사회를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정부는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 대비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 한도 내에서 쌀을 매입한다. 정부가 초과 생산량 중 얼마를 사들일지 재량권을 갖고 있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쌀 공급 과잉에 따른 쌀값 하락 때문이다. 

쌀 공급이 줄었지만 소비가 더 줄면서 쌀가격이 하락하고 있다.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 쌀 포대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준환 기자
쌀 공급이 줄었지만 소비가 더 줄면서 쌀가격이 하락하고 있다.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 쌀 포대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준환 기자

우선 벼농사를 짓는 고령농의 은퇴가 늘면서 2000년 529만1000t에 이른 쌀 생산량은 2021년 388만2000t으로 20%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쌀  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공급과잉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지난해 56.9㎏으로 40%가 줄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평년 기준으로 해마다 쌀 생산이 20만t가량 초과 생산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5월 산지 쌀(2021년산) 평균 값은 20㎏에 4만6741원으로 전년 동월(5만5861원) 대비 16.3% 하락했다. 평년(4만6143원)에 비해서는 1.3% 상승했다. 4월과 견줘서는 2.3% 내렸다.

전국 산지 쌀값 추이.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국 산지 쌀값 추이.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재고도 크게 늘어났다.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산지유통업체 재고량은 95만9000t으로 전년 동월(61만1000t) 대비 56.9%,34만8000t 증가했다.평년 70만4000t에 비해서는 36.2%나 늘어났다. 농협 재고량이 급증했다. 농협재고는 82만9000t으로 전년 동월(51만9000t)에 비해 59.7%, 평년(61만4000t)에 비해 35% 각각 늘어났다.

법 개정안의 취지는 좋아보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문제다. 온 국민의 세금으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과잉 공급 쌀 시장격리에 드는 비용은 매입가격에 보관비용, 보관기한(3년) 후 10~20% 수준의 헐값 매각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0만t당 2290억 원에 이른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 추산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확된 쌀 중 초과 생산된 37만t을 사들이는 데 약 7900억 원을 썼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한 해 50만t의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매입해야 할 경우 1조145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농식품부는 추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이 쌀 생산 감축 기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재배면적은 지난해 73만200헥타르(ha)에서 올해엔 72만~72만2000ha로 줄어든다. 쌀이 과잉 생산되든 정부가 의무 매입하면  농가가 밀이나 콩 등 다른 작물을 짓지 않고 쌀농사를 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밀·콩 등 전략 작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00년대 이후 펴온 쌀 생산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과 어긋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현안과 관련해 실무당정협의체를 꾸리기로 했지만 민주당의 수의 우세를 넘어설지는 의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에 '양곡관리법 개정안(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연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부의 쌀값 안정화 대책 발표 다음날인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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