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인수계약...한국판 록히드마틴 9부 능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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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 인수계약...한국판 록히드마틴 9부 능선 넘어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2.12.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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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원 유상증자, 대우조선 지분 49.3% 인수...항공기 생산 KAI 인수 주목

한화그룹이 각종 선박과 군함,잠수함을 만드는 대우조선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절차를 매듭지으면 우주와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방산분야에서는 한화그룹은 K9 자주포 '썬더', K21 장갑차, K239 '천무'와 '비호' 등 지상 무기와 제트기 엔진에 이어 각종 함정과 잠수함에 이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이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을 닮은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려면 이제 KF-21와 FA-50 등  고정익기와 수리온 헬기 등 회전익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인수하는 일만 남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꿈으로 그 꿈의 현실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한화그룹 비전. 한화그룹은 토탈방산과 그린에너지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비전. 한화그룹은 토탈방산과 그린에너지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16일 오후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유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본계약은 대우조선해양이 회사 지분 49.3%(1억443만8643주)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하고, 한화그룹의 계열회사가 신주를 인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주 발행가격은 주당 1만9150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12월14일 산업은행이 출자전환해 최대주주가 정부로 바뀐 지 22년 만에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월 경쟁입찰인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bidding) 방식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추진 등 기본내용에 합의했다. 이후 지난 6일 한화그룹이 최종 투자자로 확정됐고, 이날 본계약을 체결했다.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와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 원),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1000억 원)이 각각 참여한다. 유상증자 이후 한화는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 최대주주가 된다. 대신 산업은행은 지분율이 28.2%로 낮아져 2대 주주가 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절차를 매듭지으면 우주와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재계는 한화의 '조 단위' 인수 작업의 성공 요인으로 김승연 회장의 '뚝심 경영'을 꼽는다. 대우조선은 지난 1999년 모그룹인 대우그룹의 해체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2년 만인 2001년 워크아웃 졸업한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주관으로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재수끝에 대우조선해양 본계약을 체결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재수끝에 대우조선해양 본계약을 체결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인수를 위해 한화를 비롯해 포스코와 GS, 두산, 현대중공업 등 다수 대기업이 뛰어들었지만, 무려 '6조3000억 원'을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김승연 회장의 결단으로 한화는 같은 해 10월 우선협상자에 선정됐다.

당시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최종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2019년 2월부터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지만, 올해 1월 유럽연합(EU)이 시장 독점 우려를 이유로 기업결합 심사에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대우조선은 워크아웃 졸업 21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김승연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고, 재수 끝에 본계약에 성공했다.

한화가 본계약 체결에 성공하면서 양사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한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한층 넓어진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통해 수출 판로를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III 배치원 1번함인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수상 항해를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III 배치원 1번함인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수상 항해를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한화의 방산 포트폴리오 확장의 의미도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4000t급 구축함, 대양작전이 가능한 5000t급 구축함 3척, 1만t급 이지스 구축함 1척 등 총 35여척의 수상함을 건조했고 장보고-III 배치원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건조해 인도한 잠수함 명가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끝나면 세계 방산시장에서 한화의 위상은 껑충 높아질 전망이다.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지난 9일 발간한 '2022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화그룹 방산지주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는 2020년 22억 5000만 달러어치의 무기를 팔아 세계 100대 무기판매 기업 순위에서 50위를 차지했다. 

한화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우선 국내 경쟁당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영국, 튀르키예, 싱가포르, 베트남 등 8개국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기업결합 심사는 통상 3개월에서 1년가량 걸린다. 한화그룹은 내년 하반기 중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6개월 내 딜 클로징을 목표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내년 6월 16일까지 기업결합 등 인허가를 마치고, 딜을 마무리해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된다면 두 회사는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재계는 현대중공업그룹 사례 때와 달리 한화가 조선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만큼 경쟁 당국 심사에서 무난히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둘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위사업법에 따른 방산업체 매매 등에 관한 승인과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 따른 외국인투자허가 등도 거쳐야 한다.

셋째,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 4109억 원에 영업손실 1조1974억 원을 낸 대우조선의 실적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매출 규모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넉넉한 잔고를 확보한 만큼 매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3분기 기준 30조7320억원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남은 것은 영업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물동량이 폭등하면서 조선시장의 호황이 빨리 찾아와 수주 물량을 크게 확보했는데 선가가 오르면서 적자 부담은 큭데 해소됐다. 조선용 후판 가격 등 원가 안정과 기수주 공사를 시작할 경우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화는 이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조기 흑자 전환한다는 각오를 피력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6주 동안의 정밀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기술력과 우수한 맨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관계기관과 채권단,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남은 인수 절차를 잘 마무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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