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광석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철광석 가격 폭등으로 철강 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영세 제조업체들의 비명이 커짐에 따라 한국 정부는 11일에는 철강협회 회원사들을 만났고 13일에는 기계, 조선, 기자재 등 수요단체들을 만나 애로를 청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그런데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가격 급등이 한국만의 상황이 아닌데다 정부가 나서 시장 가격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 신기록 경신, t당 228.93달러
이는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와 중국의 환경정책 강화에 따른 생산 감축, 중앙은행이 경기지원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투적 움직임이 맞물린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과 세계 1위 철광석 생산국인 호주의 관계악화, 호주 철광석 생산업체 리오틴토와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의 실망스런 생산실적도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철광석 수입의 60%를 호주에 의존한다.
호주카먼웰쓰뱅크 비벡 다르(Vivek Dhar) 상품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철광석 부문은 매우 매우 뜨겁다"고 말했다. ING이코노믹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월요일 가격 폭등은 투기적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철광석값 폭등에 철강재 가격 오르자 정부·업계 비상
철광석 가격 상승 불똥은 철강제품 가격 인상으로 튀고 있다. 자동차·가전 등의 소재로 쓰이는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뿐만 아니라 냉연강판, 선박을 만들 때 쓰는 후판 등 대부분 제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원재료 값이 오르니 철강사들이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철광석 가격 상승과 미국과 유럽 내수가격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고로사들은 2분기 추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4월부터 열연가격을 t당 5만원 인상했으며 2분기에는 조선용 후판가격을 t당10만 원 인상할 계획이다. 또 기타 제품 가격도 전세계 가격 상승세에 맞춰 탄소강 ASP를 2분기에 t당 7만원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소 철강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중소업체들은 납품 단가에 철강재 가격 인상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라온 글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청원인은 '철강재 인상, 더는 버티기 힘듭니다'는 글에서 "십여 년째 조그만 공장을 운영 중인데, 최근 5개월 동안 철판 유통 가격이 43%가량 인상됐다. 자고 일어나면 자재비가 오른다는 공문이 회사로 온다"면서 "제조업종들은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제 살 뜯어 먹기식' 입찰 과열로 납품가 인상은 꿈꿀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는 11일 포스코, 현대제철 등 협회 회원사들을 소집해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에서 정부와 협회는 철강 제품 품목별 수급 상황과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3일에는 기계, 조선, 기자재 등 수요 단체들을 불러 모아 애로 사항 등을 청취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도 뾰족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철광석과 철강재 가격 상승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닌데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 가격을 통제할 수도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와 함께 대응책을 찾아볼 것"이라면서 "유통 쪽에서 매점매석 행위 등이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