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올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시작 시점을 3월로 봤다. Fed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점에서 파월 의장의 언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여러 번 인상하더라도 고용에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준다.
FOMC 회의 종료 직후 상승폭을 늘리던 뉴욕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들은 파월의 발언이 나온 직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파월 의장은 이날 정책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시작 시점은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이르면 3월이 될 수 있다고 파월 의장은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면서 "조건이 무르익는다고 가정한다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Fed는 FOMC 성명에서 "금리인상이 곧 적절해질 것"이라고만 밝혔으나 미국 언론들은 3월 인상을 시사하는 표현으로 풀이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과 물가의 놀랄 만한 진전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에는 더는 지속적인 높은 수준의 통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Fed 목표치를 크게 초과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우려하면서 "우리는 물가안정 목표에 헌신할 것"이라며 "높은 물가상승률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가진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11월에 비해 0.5%, 2020년 12월에 비해서는 각각 7%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987년 6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였다.
또 지난해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직전 달에 비해서는 0.6%, 1년 전과 비교해 5.7% 각각 오르면서 39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직전달에 비해서는 0.5%, 1년 전보다 4.7% 올랐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 1983년 9월 이후 최고치로 10월(4.2%)보다 높아졌다. 근원 PCE는 Fed가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물가 지표이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1년에 걸쳐 물가상승률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당분간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정도가 더 심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면서 "높은 물가상승률이 계속되고 더 올라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금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지속적인 실질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할 위험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 가능성을 염려했다.
이FOMC 회의 종료 직후 상승폭을 늘리던 뉴욕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들은 파월의 발언이 나온 직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에 비해 0.38%(129.64포인트) 내린 3만4168.0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0.15%(6.52포인트) 떨어진 4349.93으로 내렸으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덕분에 0.02%(2.82포인트) 오른 1만3542.12에 장을 마감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