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업계 "밀선물 값 다시 오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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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분업계 "밀선물 값 다시 오르는데요"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6.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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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농림축산식품부와 제분업계 간담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값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라면 업계에 이어, 제분 업계에도 가격 인하 압박을 하고 있다. 26일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지만 제분 업계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밀가루는 대한제분협회 소속 회원사인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 등 7개 제분회사가 11개 공장에서 수입밀을 갈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6일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은 밀과 밀가루.사진=대한제분협회
농림축산식품부가 26일 제분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은 밀과 밀가루.사진=대한제분협회

2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 등 10여 개 국내 제분 업체에 업계 간담회 개최와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농식품부 측은 "밀 선물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으니 이를 고려해 밀가루 가격을 책정해달라는 협조 요청 목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밀 선물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업계에 이어 밀가루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2일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 적색 연질밀(SRW)) 선물가격은 t당 271.53달러를 나타냈다. 5월 평균가격은 t당 228.09달러보다 높은 19.04%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 가격이 t당 284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4.3% 내렸다. 밀 선물가격이 내렸다는 정부의 말이 맞지만 크게 내린 수준은 아니라는 업계의 주장도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 농산물 선물 시장인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가격은 비소식에 따른 수확지연 우려와 흑해 공급 차질에 대한 염려로 상승하고 있다. 2021년 6월 미국 캔자스주 리노카운티 애비빌 밀 농장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다.사진=허친슨뉴스
미국 농산물 선물 시장인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가격은 비소식에 따른 수확지연 우려와 흑해 공급 차질에 대한 염려로 상승하고 있다. 2021년 6월 미국 캔자스주 리노카운티 애비빌 밀 농장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다.사진=허친슨뉴스

제분 업계는 정부의 생각은 이해는 하지만 국제 밀 가격은 시카고선물거래소(CBOT) 선물가격이 실제 수입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최소 6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며 난색을 시하고 있다. 한 제분 업체는 "밀 선물 가격 최고점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출고가를 동결했다"면서 "지금 밀가루 가격을 추가로 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물가격이 내리더라도 통관료와 보험료, 운송비 등이 오른다면 실제 수입가격은 오를 수박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제분용 밀의 수입 가격은 지난 2021년 6월 ㎏당 361원에서 지난해 9월 681원으로 89%가 올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해 지난달에는 562원을 기록했다. 최고치 대비는 17.4% 하락했지만, 2년 전 보다는 여전히 55.6% 높은 수준이다.

CJ제일제당 고위 임원은 CNews에 "현재 밀 선물가격은 4% 정도만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최근 선물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위 임원은 "밀가루 업체들은 소맥 선물가격에 통관료와 운송비, 보험료,인건비 등 다양한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요인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가격 압박은 제분업계는 물론 라면 업계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하나증권의 심은주 연구원은 "라면 업체들은 2010년 연초 판가를 한 번 인하한 경험이 있다. 이후 2011년 말에 평균 6.2% 판가 인상을 단행했는데 당시 워낙 정부의 물가 정책이 강력하기도 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곡물가와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 했다"면서 "현재 상황은 과거와는 상이하다"고 지적했다.심 연구원은 "곡물가와 환율의 하락 속도가 상당히 더딘 한편, 인건비와 물류비,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비용 상승이 여전히 가파르기 때문이며  현 시점에서 제품 판가 인하는 음식료 업체들의 익성에 부정의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분업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분석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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