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오르지만… 재고 '탱크 톱'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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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 오르지만… 재고 '탱크 톱' 수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5.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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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기 위축 등으로 원유 초과 공급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원유 저장 시설 여유분이 계속 줄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저유 탱크들. 사진=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저유 탱크들. 사진=영국 파이낸셜타임스

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 6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5.1%(1.19달러) 뛴 배럴당 24.7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이번 주에만 25%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주간 기준으로 2주 연속 랠리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은 5.1%(1.51달러) 오른 배럴당 30.84달러에 거래 중이다. 브렌트유 가격도 이번주 17.1% 상승했다.

유가가 올랐지만 이런 랠리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국 내 원유 재고가 여전히 많고 전 세계 유전들의 생산 유정의 문을 닫는 일시생산 중단도 많지 않아 공급량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유 저장고가 끝까지 차오르는  '탱크 톱(Tank Top·원유 저장탱크 포화)'의 공포가 해소될 때까지는 원유 선물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Cushing) 지역의 원유 저장고의 빈공간은 계속 줄고 있다. 쿠싱은 선물로 거래한 WTI의 실물 인도가 이뤄지는 곳이다. 플레인올어메리칸파이프라인(PAAP), 엔브리지, 엑스플로러, 제이호크, 마젤란미드스트림파트너스 등의 송유관회사들이 저유탱크(탱크팜)를 운영하고 있다.

플레인스올어메리칸 송유관회사의 쿠싱 원유 저장 탱크 전경. 사진=제이미마틴 트위터
플레인스올어메리칸 송유관회사의 쿠싱 원유 저장 탱크 전경. 사진=제이미마틴 트위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쿠싱 지역의 저유탱크 원유 실 저장 능력은 지난해 9월30일 기준 약 7600만 배럴이었다. 용량 대비 저유율은 50%였다. 

그런데 4월 첫주에 5000만 배럴에 이르렀고, 5월 들어서는 6545만 배럴이 탱크에 들어찼다.

미국 내 다른 저유소들의 공간도 점점 차오르고 있다. EIA에 따르면 미국의 저유 능력은 6억5340만배럴이다. 재고는 지난 3월13일 4억5379만배럴(저장 용량의 69%)에서 5월 1일 5억3222만배럴(저장 용량의 81%)로 늘었다. 15주 연속 증가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4월17일 기준으로 저장용량의 77%가 찬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만큼 빨리 차오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달부터 두 달간 산유국이 하루 970만 배럴 감산하고 미국의 석유업체들이 감산에 나선데다 경제 재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유 재고 증가 속도는 시장의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육지의 부족한 저장공간을 유조선이 대체하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 선사인 유로나브는 휴고 드 스툽 최고경영자(CEO)은 지난 7일 실적 발표당시 "20만~30만t(125만~188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 VLCC, 12만~20만t 용량인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등 100척이 넘는 유조선이 수천만 배럴의 석유를 싣고 바다에 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세계에 65대의 VLCC와 38대의 수에즈막스급이 최소 15일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석유를 저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VLCC를 수십척 보유한 초대형 유조선 선사로는 유로나브 외에도 프론트라인탱커스, 인터네셔널시웨이즈, NYK오프쇼어파트너스 등이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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