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봉쇄, 견제 전략이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미국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쓰지 못하게 중국을 견제할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는 전략이다. 중국의 거대 통신 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차단에 나서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 공장을 미국 본토에 유치했다. 반도체 공급 사슬의 자국내 구축이 최종 목표다. 중국의 완전한 굴복을 받아낼 때까지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친중 행보를 보인 한국 정부,삼성전자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은 우선 화웨이가 미국 기술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나섰다.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각) 화웨이를 수출 대상 기업에서 배제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로 해외에서 만들어진 반도체가 화웨이에 공급되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화웨이 역시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기술과 관련된 반도체를 구입하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할 경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상무부 한 고위관리는 로이터 통신 전화통화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고, 미국 기업을 최우선으로 하며, 미국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부는 이 같은 조치가 15일부터 발효되지만 120일의 유예기간을 가진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새로 추가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면서 "우리리는 중국 공산당이 우리의 민감한기술을 우리나라와 동맹국, 우리의 파트너에 대항해 쓰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 일부 상원의원들은 영국이 5G 구축 사업에 중국 화웨이를 참여시킨다는 이유로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배치에 제동을 가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 군사위 소속인 톰 코튼(아칸소) 의원은 F-35 전투기의 영국 배치를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 당초 F-35 전투기 48대는 내년에 영국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코튼 의원은 예전에도 '반 화웨이 법'을 통과시켰으며, 국방비 지출 계획을 결정하는 '2021 국방수권법안'에 이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코튼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지만, 미 공군들과 우리의 국가 안보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중국정부가 화웨이에 새로운 제재를 가한 상응 조치로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자본시장을 통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인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의 중국 주식투자를 전면 차단할 태세다.  뉴욕증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들도 표적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 자본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회계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미국내 반도체 가치 사슬 구축에 나섰다. 바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대만 TSMC 공장 본토 유치다.

TSMC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120억달러(약 14조7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미터공정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착공해 2024년부터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TSMC는 “미국 정부와 애리조나주와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맺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TSMC는 애플과 퀄컴, 화웨이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회사다.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이 54.1%(트렌드포스 추정)로 업계 1위다.

TSMC 미국 공장이 완공돼 생산을 개시하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뒤쫓고 있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업계 최대 고객인 미국 인텔이나 퀄컴 등의 물량을 수주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번영을 지지하기 위해 120억 달러를 투자하려는 TSMC의 계획을 환영한다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첨단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 사슬을 자국 안에 구축하기 위해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나 TSMC 등의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은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리쇼어링(기업의 본국 회귀)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