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지난해 역대 최대....8823개, 34.1%
상태바
'좀비기업' 지난해 역대 최대....8823개, 34.1%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6.03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출부진 등으로 이자 낼 돈도 못 번 한계기업 급증

지난해 미중 갈등에 따른 수출 부진 등 경영여건 악화로 돈을 벌어 이자도 못갚는 기업이 역대 최인 34%로 늘어났다. 기업 100곳 가운데 34곳이 '좀비기업'인 셈이다. 또 기업  매출액이 4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가격이 하락하고 석유정제 마진이 낮아진 여파가 컸다.기업의 성장성,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마저 악화했다.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한계기업 수가 급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지표 조사 결과.사진=한국은행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지표 조사 결과.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비금융 영리법인(2만5874개)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2015년(-2.4%) 이후 4년 만이다.

매출액 증가율은 제조업(4.5%→-2.3%), 비제조업(3.8%→0.8%) 모두 나빠졌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0.4%→6.3%)와 조선·기타운수(-4.5%→12.5%)에서 상승했지만 정제 마진이 줄면서 석유정제 부문이 23.1%에서 -6.8%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화학제품 부문도 같은 기간 10.2%에서 -6.8%로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액이 25.9% 감소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의 매출액증가율도 3.1%에서 -8.4%로 내려왔다.

매출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하락했다. 지난해 외감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4.7%로 전년(6.9%)대비 1.2%포인트 낮아졌다. 제조업이 8.3%에서 4.6%로 떨어져 하락폭이 컸다. 자동차가 개선됐지만 화학제품, 전기·영상통신장비 등을 중심으로 악화됐다. 비제조업도 업황 부진이 심화된 건설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률이 5.2%에서 4.8%로 하락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을 밑도는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의 34.1%를 기록했다. 1년 전(31.3%)에 비해 2.8%포인트나 높아졌다. .한계기업 수는 2018년 8099개에서 지난해 8823개로 늘어났다. 한은이 2013년 통계발표를 시작한 이래 최대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은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이자보상비율이 0%에도 못미쳐 영업적자에 이른 기업도 전체의 23.4%로 1.8%포인트 었다. 반면 이자보상비율이 500%를 넘는 기업은 같은 기간 40.2%에서 36.9%로 줄었다.

이러니 부채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2018년 93.1%에서 95.4%로 늘었고 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26.0%에서 27.7%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금흐름 주요 지표.사진=한국은행
현금흐름 주요 지표.사진=한국은행

영업활동 현금유입 감소 등으로 현금흐름보상비율(54.4→50.5%)도 하락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기업의 단기차입금 상환능력가 이자지급 능력을 나타낸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화학제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다만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여파가 집중돼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등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