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 5400명 초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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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 5400명 초과 비상
  • 에스델 리 기자
  • 승인 2020.06.2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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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확진자 124명, 사망자 33명 추가 발생

캐나다 퀘벡주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2차 감염과 확산을 걱정하는 한국과 달리 퀘벡 주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진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 일일 발생 숫자가  두 자리 수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런데도 퀘벡 주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주민의 일상 복귀를 추진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오는 6월 24일 퀘벡 주 경축일(La Fête Nationale)부터 그동안 유지해온 공공시설 격리와 봉쇄 조치를 본격 해제할 방침이어서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시의 상가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상가 바닥에는 거리를 2m이상 두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캐나다 몬트리올시의 상가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상가 바닥에는 거리를 2m이상 두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21일 몬트리올의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Le Journal de Montréal)의 보도 따르면, 20일(이하 현지시각) 하루 만에 확진자 124명과 사망자 33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퀘벡 주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체 확진자는 5만4674명, 사망자는 5408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사망자가 5000명을 넘어섰고, 토론토를 비롯한 타주 도시에서 공공시설 이용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데도 퀘벡 주정부는 여전히 마스크 사용을 시민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그 결과 퀘벡 주 전체 인구 850만 명의 거의 절반, 그리고 코로나19 확진자의 80%를  차지하는 광역 몬트리올 지역의 경우, 마스크를 쓰는 시민들의 비율이 채 30%에도 못 미친다는 충격적인 보도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퀘벡 주정부는 경제 살리기에만 정신이 팔린 모양새다.  24일 퀘벡 주 경축일을 전후해서 대형 쇼핑센터들이 다시 문을 열고, 주립공원도 다시 개장한다.  몇몇 조건을 붙이긴 했으나 50인 이하 규모의 실내행사는 이미 허용됐고, 식당들도 대부분 문을 열었다.

게다가 퀘벡 주 교육부는 오는 9월 새 학기부터는 각급 학교의 학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무증상 감염과 전파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두 자릿수 아래로 떨어진 적도 없고, 가장 기본적인 방역수단이라 할 마스크 사용률이 채 30%에도 못 미치는 퀘벡 주가 코로나19 이전의 생활양식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은 주민의 목숨을 가지고 무책임하고 무모한 도박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그야말로 당연하다 하겠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캐나다 연방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몬트리올-트뤼도 국제공항(l’Aéroport international Montréal-Trudeau)이 지난 19일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방역수칙을 보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입국 게이트를 세 군데로 축소하며, 각 게이트마다 손을 씻고 소독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여행객의 체온을 측정하며, 건강 상태에 관한 질의응답을 하는 외에 공항 내 출입을 공항관계자 및 여행객만으로 제한한다고 나와 있을 뿐, 어디를 봐도 외국에서 도착한 입국자를 의무이든 자율이든 격리 조치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실상 캐나다 국제공항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로 단 한 번도 입국자 의무 격리 조치를 한 적이 없다.  심하게 말하자면 캐나다 국제공항은 방역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 지구상에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코로나19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뉴질랜드 역시 그 발표를 하자마자 확진자 2명이 나왔고, 전 세계에 획기적인 방역 모델을 보여줬다는 한국 또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새로운 확진자가 수십 명씩 나타나고 있다. 

뉴질랜드나 대한민국처럼 바이러스의 기세가 한풀 꺾인 적도 없으면서, 그리고 마스크 착용과 같이 방역에 관한 시민들의 기본적인 인식과 태도조차 지극히 불량한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겠다는 퀘벡 주정부의 연이은 정책 발표를 보면서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 없는 것은 본 기자의 소심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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