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이은 신용등급 강등, 캐나다의 '화불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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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이은 신용등급 강등, 캐나다의 '화불단행'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0.06.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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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일은 몰려온다고 한다. 4자성어로 '화불단행(禍不單行)'이다. 캐나다가 꼭 이런 처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33분 현재 캐나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0민487명, 사망자는 8544명으로 집계됐다.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정부와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더 물어야 하는 등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이번에는 나머지 두 곳의 국제신용평가사가 캐나다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릴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캐나다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캐나다의 쥐스땡 트뤼도 총리. 사진=BNN블룸버그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캐나다의 쥐스땡 트뤼도 총리. 사진=BNN블룸버그

피치는 24일(현지시각) 캐나다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망은 '안정적'을 부여했다.

캐나다 정부와 의회는 "별일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나머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 등 다른 두 평가기관이 캐나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경우 캐나다 신용등급은 이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캐나다 금융 전문 매체 파이낸셜포스트(Financial Post)는 이날 피치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캐나다의 재정적자와 채무 증가를 반영해 외화표시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캐나다는 3대 신용평가회사에서 모두 'AAA'등급을 받은 나라(트리플 A클럽)에서 탈락했다.

피치는 "올해 캐나다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공공채무 비율이 훨씬 높아진 채로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캐나다 등급 강등 이유를 밝혔다. 

피치는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경제 봉쇄로 총생산이 급락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지출을 늘리면서 재정적자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이는 경제 회복을 지원하겠지만 캐나다 경제의 투자와 성장 전망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안정적 전망'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총부채 비율이 코로나19 이전의 정책에 따라 중단기에 걸쳐 안정화할 것이며 재정과 통화정책에 힘입어 경제가 점차 회복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지출증가로 올해 캐나다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또 캐나다의 국가채무도 지난해 GDP의 88.3%에서 올해는 115.1%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캐나다의 국가채무 비율은 AA등급을 받은 국가중 가장 높고 올해 예상치 중앙값 42.3%의 근 세 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의회는 지난 3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820억 캐나다달러(한화 70조28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추가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나 의회는 '별일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미래를 낙관한다.
빌 모르노(Bill Morneau) 재무장관은 "캐나다 국민들과 경제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마 대응하지 말라는 것이었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근로자와 기업에 위기 극복과 강력하게 복귀하는 데 필요한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라면서 "계속 진행하면 우리는 국가와 경제를 보호하면서 재무상으로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의회에서 정부 예산을 관리하는 예산관리실(PBO) 이브 지루(Yves Giroux) 국장도 이날 BNN 블룸버 그 인터뷰에서 "내 생각엔 별일 아니며 놀랄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캐나다 4대 시중은행인 몬트리올은행(Bank of Montreal)의 대릴 화이트 최고경영자(CEO)도  BNN블룸버그 안티뷰에서 "(신용등급) 강등은 걱정하지 않지만 신중하게 보아야할 진전"이라면서 " 신용등급을 생각할 때 그것이 기업이든 나라든, 지방이든 자본접근과 자본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이트 CEO는 "캐나다 정부는 다른 신용평가사의 AAA 등급을 받을 것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G7 국가 둘 중 하나뿐"이라면서 "자본 접근 수단은 많고 다른 나라나 역사에 비해 자본조달 비용도 낮다"고 말했다.

캐나다 국민은 물론 정부나 의회가 캐나다 국가부채 규모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도대체 그 자신감이 어데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많다.

피치는 지난 3월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부채 수준이 현재의 최고 등급과 양립할 수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캐나다 국민, 정부, 의회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모습이다. 

무디스와 S&P가 피치를 따라 한다면 이는 경고 벨을 울리는 것과 같다고 지루도 인정했다. 그는 "한 기관이 강등하는 것과 기관 모두가 강등하면서 G7 국가들을 현재 등급대로 둔다면 시장에 캐나다가 이들 국가보다 더 위험하거나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다른 나라만큼 지출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루 전임자들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트뤼도 행정부의 속이 부글부글 끓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케빈 페이지 전 PBO 예산담당은 블룸버그에 "AAA 등급은 2019년 총선전에서 연방정부가 강조한 것"이라면서 "이는 연방정부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페이지는 " 그는 "갈 길은 한 방향뿐이며 AAA이상은 받을 수는 없다"면서 "캐나다 등급은 여전히 높은 투자 등급이긴 하지만 일격을 당했다"고 꼬집었다.

캐나다 신용등급 강등을 줄곧 예측해온 로젠버그연구소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대표이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포스트에 "문제는 왜 이리 오래 걸렸느냐는 것"이라면서 "과도하게 차입한 캐나다의 대차대조표는 꽤 오랫동안 중국과 이탈리아, 그리스처름 보였다"고 지적했다. 로젠버그는 "캐다다 정부의 재정상태가 견실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가계와 기업, 주정부 대부분의 부풀려진 부채비율을 가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강등이 아닐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단언했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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