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혁명 상징 체사피크는 왜 파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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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혁명 상징 체사피크는 왜 파산했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6.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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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코로나19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와 저유가

셰일혁명을 주도한 미국의 체사피크에너지(이하 체사피크)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의 공장가동 감소와 유가하락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29일 파산보호신청 하룻만에 체사피크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1989년 창업하고 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주에 본사를 둔 체사피크에너지는 2019년 하루 48만4000배럴 상당의 원유와 가스를 채굴했으나 설립 3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19년 기준 매출액 85억 9500만 달러, 총자산 161억 9300만 달러의 큰 기업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수요감소와 저유가의 힘에 무릎을 꿇었다.경쟁업체들의 파산에 이어 선두업체마저 백기를 들면서 세일업계의 줄도산이 본격화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을을 배경으로 보이는 원유 채굴 펌프 잭의 모습. 미국 최대 셰일회사 체사피크 에너지가 지난 28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진은 원유를 퍼올리는 펌프잭. 사진=캐나다 파이낸셜포스트
노을을 배경으로 보이는 원유 채굴 펌프 잭의 모습. 미국 최대 셰일회사 체사피크 에너지가 지난 28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진은 원유를 퍼올리는 펌프잭. 사진=캐나다 파이낸셜포스트

체사피크는 한때 미국 2위 셰일업체로 군림했다. 셰일 가스·석유 추출을 위해 수압으로 바위를 깨는 '프래킹 기법'과 수평 시추를 도입한 셰일분야의 선두주자이다.

체사피크는 28일(현지시각) 텍사스주 휴스턴의 텍사스 남부지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체사피크는 올들어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석유업체 중 가장 큰 회사다.

셰일업계 선두주자인 체사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코로나19 전염병에 따른 수익감소와 부채증가에 따른 심한 자금난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체사피크의 채무는 500억 달러( 약 60조 원) 이른다. 채권자도 10만 명에 정도로 많다.

체사피크 로버트 롤러 최고경영자(CEO). 사진=체사피크
체사피크 로버트 롤러 최고경영자(CEO). 사진=체사피크

체사피크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제시한 구조조정 방안에서 부채 70억 달러를 탕감받으면서 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DIP·Debtor-In-Possession)에 따른 융자금 자금 9억2500만달러, 차환대출 17억5000만 달러, 기간대출 7악5000만 달러 등 회생 종결을 위한 대출 25억 달러 협상을 벌이고 있다.

체사피크가 기업 파산 관련법에 따라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구조 조정을 하는 동안 금융시장에서 기업 회생을 위해 조달할 수 있는 대출 자금은 약 2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이 중 일부를 주요 채권자인 프랭클린 템플턴 투자 등에 진 빚 상환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체사피크는 기존 채무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을 하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남부법원은 자산과 부채 상황을 살피고 채권자 의견을 들은 뒤 체사피크의 생존 가능성을 바탕으로 파산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체사피크의 이글포드 유전 채굴기 전경. 사진=체사피크
체사피크의 이글포드 유전 채굴기 전경. 사진=체사피크

오브리 맥클렌던과 톰 워드가 1989년 공동창업해 2000년대 미국 셰일혁명에 앞장선 체사피크가 몰락의 길에 들어선 것은 2018년 셰일석유에 과감하게 베팅했다가 실패한 것이 큰 부담이 됐다. 이윤이 적은 가스 대신 석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텍사스주 셰일석유업체들을 인수하고, 와이오밍주에서 대규모 시추에 나섰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았다.

체사피크 공동 창업자 오버리 맥클렌던. 듀크대를 졸업하고 유전중개업자를 거쳐 체사피크에너지 CEO를 지낸 맥클렌던은 2016년 교통사고로 56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체사피크 공동 창업자 오버리 맥클렌던. 듀크대를 졸업하고 유전중개업자를 거쳐 체사피크에너지 CEO를 지낸 맥클렌던은 2016년 교통사고로 56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지난해 이후 유가가 추락하면서 2008년 전성기 당시 350억 달러를 넘은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종가기준으로 1억16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2008년 6월 주당 1만2480달러까지 치솟은 주가가 11.85달러로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이달에는 1350만 달러인 이자 지급을 건너 뛰었다. 올해 대규모 채권 만기를 앞두고 채권 가격은 액면가의 5% 수준까지 추락했다.

체사피크는 자산 매각, 경영진에 대한 2500만 달러 상여금 지급 보류 등 자구방안을 시행하고 채권단과도 채무 구조조정 합의에 이르렀지만 파산을 피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셰일업계를 상징하는 체사피크의 도산은 군소 셰일업체들의 본격적인 줄도산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다. 수년간 저유가로 경영압박을 받아온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체사피크 에너지 미국내 사업지와 원유가스채굴기 숫자. 사진=체사피크
체사피크 에너지 미국내 사업지와 원유가스채굴기 숫자. 사진=체사피크

이미 20여곳에 이르는 셰일업체들이 파산했다. 법무법인 헤인스앤드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석유 시추·생산업체 18곳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체사피크까지 합치면 20곳에 육박한다.

미국 유가가 지난 4월 바닥을 찍은 뒤 반등했지만, 일부 셰일석유 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배럴당 45달러 이상에는 크게 미치지 못해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앞으로 수주 동안 석유·천연가스 가격이 소폭 반등해도 추가 파산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하락이 군소 셰일업체들에 심각한 손상을 준 데다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셰일 업체 뿐 아니라 유전 관리·시추 설비 업체들도 줄줄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 세계최대 원유 유전 관리업체 슐럼버제(Schlumberger)는 1분기에 배당금을 대폭 삭감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선임 애널리스트 존 티로프는 "셰일 붐 기간에 쌓은 막대한 부채로 인해 단기적으로 셰일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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