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립에도 中, 美 옥수수 사상 최대 구매하는 이유
상태바
美中 대립에도 中, 美 옥수수 사상 최대 구매하는 이유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8.05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속 사면 WTO 제한 720만t 넘길 수도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올 들어 미국산 농산물을 사상 최대 규모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의 홍수, 북부의 가뭄 등에 따른 옥수수 등 곡물생산 감소를 수입으로 상쇄하기 위해 수입을 늘린 결과다. 중국은 미국산 옥수수를 중국인의 주식과 다름없은 돼지 사육용 사료로 사용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지난해 138억 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출한 미국 3대 농산물 수출시장이다. 미국의 옥수수 수출은 지난해 76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39% 감소했다.

중국이 최근 하루 기준 역대 최대량의 미국산옥수수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옥수수. 사진=그레인마트닷인디아
중국이 최근 하루 기준 역대 최대량의 미국산옥수수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옥수수. 사진=그레인마트닷인디아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 온라인판은 지난달 31일 미중 관계가 저점에 있지만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194만t의 옥수수를 구매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이는 약 3억 달러어치다. 이번 수입량은  미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7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일일 대외 판매량이다.

중국은 이번 구매로 지난달 14일 하루 176만2000t, 지난 달 10일 135만t 구매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중국은 지난 1994년 12월 하루 145만t을 구매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는데 이번에 깨졌다.

중국의 미국산 곡물 수입 잔치는 지난 1월 15일 서명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명시된 미국산 농산물 구매량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중국내 수요 충족을 위한 고육책으로도 풀이된다.

우선,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이 2년에 걸쳐 최소 2000억 달러(약 240조원)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2020년에 농산물을  366억 달러를 구매한다'고 합의했다.

포춘은 "중국의 미국산 옥수수 구매는 코로나바이러스, 인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날 선 대립에도 양국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저장성 츠시시 하이윈 마을에서 자원봉사자가 옥수수 수확을 돕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중국 저장성 츠시시 하이윈 마을에서 자원봉사자가 옥수수 수확을 돕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둘째,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한 고육책이란 설명이 나온다.최근 중국 내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옥수수 가격이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가  옥수수 산업을 지지하고 옥수수농가가 대량의 옥수수 비축을 하도록 도와준 가격 보증 정책을 2016년 중단한 그 효과가 올해 나타났다.

수요는 증가하는 데 공급은 부족해지기 시작했으니 옥수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2018년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으로 중국내 사육 돼지가 약 절반으로 줄었다가 최근에는 돼지 열병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인 라보뱅크는 2018년 8월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중국의 돼지 고기 생산이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네이블 에그 테크 컨설팅(Enable Ag-Tech Consulting)의 선임 기술 컨설턴트인 에드가 웨인 존슨(Edgar Wayne Johnson)은 지난해 9월  포춘 인터뷰에서 중국내 암퇘지의 약 60~70%가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돼지 두수가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영 신화통신은 2018년 초 중국 농가의 돼지 사육두수는 500여만 마리였는데 최근 돼지열병 발병이전의 81%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보도했다. 돼지 사육두수의 증가는 곧 돼지 사료의 원료인 옥수수 수요 증가를 뜻한다. 

중국 장시성 동부 싱안현에 있는 양돈회사 장지정방그룹의 양돈장에서 직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중국 장시성 동부 싱안현에 있는 양돈회사 장지정방그룹의 양돈장에서 직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중국 정부는 돼지 고기 생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사육 시설 개선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45억 5000만 위안(6억4960만 달러)를 책정했다. 

미중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 상품을 예년보다 훨씬 많이 사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탓에 올해 상반기 중국의 미국 상품 수입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6월 말까지 구매약속에 훨씬 뒤쳐져 있다"면서 "중국의 수입규모는 87억 달러어치로 연간 목표 충족을 위해 수입했어야할 약 87억 달러를 훨씬 밑돈다"고 꼬집었다.

이는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한 564억 3000만 달러에 그쳤다.

문제는 중국이 계속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입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옥수수 수입 제한’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WTO는 옥수수 수입을 연간 720만t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중국의 미국산 옥수수 수입 증가는 미국 옥수수 농가와 중국과 반목하고 있으면서도 재선전에 나서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희소식이다. 옥수수 농가는 트럼프의 표밭인데 이들의 수입이 늘면 트럼프를 찍어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반목이 트럼프에게 '재선'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