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에 '고가매수' 10년 속앓이 끝낸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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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상승에 '고가매수' 10년 속앓이 끝낸 한국은행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8.0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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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최고 금부자 한국은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시달린 고가 매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중수 제 24대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총재가 지난 2012년 1월25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세계경제포럼
김중수 제 24대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 총재가 지난 2012년 1월25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세계경제포럼

지난 7일 국제 금값은 이미 온스당 2000 달러선을 돌파했고 2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 1550달러 대에서 무려 30%나 넘게 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달 16일 온스당 1826달러를 기록한 이후 14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결국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는 등 질주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KRX금시장에서 이날 1g당 금은 7만9370원으로 마감했는데 연초 대비 40% 가까이 올랐다. 거래량도 올 1월 하루 평균 72kg에서 7월엔 169kg으로 2배나 넘게 늘었다.

이 때문에 요즘 한국은행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11~2013년 외환보유자산 다각화를 위해 금 90t을 사따가 '고가 매입'이라는 호된 질책을 받았는데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 전경.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전경. 사진=한국은행

한은은 7월 말 금 보유량이 104.4t으로 장부가격(매입가)은 47억9000만 달러(약 5조7000억 원)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런던 금시장 거래단위(트로이온스·약 31.1035g)로 산출하면 약 368만2601트로이온스다. 

지난 7일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20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 가격을 한은 보유 금에 적용하면 세만 74억 6800만 달러(약 8조8000억 원)에 육박한다. 단순 평가차익만 3조 원을 웃돈다.  

한은은 앞서 김중수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사이 금 90t을 집중 사들였다. 국회에서 전체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액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면서 외환보유 자산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2010년까지 한은의 금 보유 규모는 14.4t에 불과했으나 2011년부터 3년간 매년 40t, 30t, 20t을 사들이면서 104.4t으로 늘어났다.

이후 금값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고가 매입’ 지적이 일었다. 2011년 9월 1900달러대까지 올랐던 국제 금값은 하락세를 지속해 2015년 말에는 1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2014년 1100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이후 1100~1300달러 선을 오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금값이 떨어지면서 한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2013년 10월 1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소속 김현미 의원(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은이 금값도 예측하지 못하고 사들여 적잖은 평가손실을 냈다”며 “국제적 투자 손실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이후 해마다  국정감사 때마다 한은은 보유한 금의 평가손실 문제로 여야의 질타를 받았다.

영국의 금 산업 관련 연구소인 ‘세계금협회(WGC)’가 최근 발표한 '세계 공식 금 보유량' 통계를 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세계 중앙은행 중 35위다. 금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우리나라의 78배인 8133.5t에 이른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상당량의 금을 갖고 있고 최근엔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들이 금 사 모으기에 동참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13년 이후 7년째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추가 매입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 국채 등 달러 자산 매입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7월 기준 외환보유액이 4165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국제 금값이 오르면서 고가 매입 논란에서 자유로워진 한은의 다음 행보가 주목을 끈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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