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실종 공무원 총격 후 불태워..."軍靑 안이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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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실종 공무원 총격 후 불태워..."軍靑 안이한 대응"
  • 박태정기자
  • 승인 2020.09.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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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민을 해상에서 총격으로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쯤부터 대략적 상황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오후 10시까지 약 6시간 동안 사살·화형이 이뤄지는 동안 상황은 군 수뇌부는 물론 청와대에까지 실시간으로 전파됐다. 정부는 그동안 군 통신망은 물론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국방부와 청와대는 뒤늦게 만향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공허한 주장에 그쳤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에서 우리 국민 사살과 화형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국방부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에서 우리 국민 사살과 화형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국방부

 

◇총살·화형 실시간 지켜만 본 정부

24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47)씨가 지난 21일 11시 30분쯤 소연평도 남쪽 2.2㎞에서 사라졌다. 당시 어업지도선은 꽃게잡이 성어철을 맞아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해군ㆍ해양경찰ㆍ해수부가 선박과 항공기를 동원해 정밀 수색을 했지만, A씨를 찾지 못했다.

군 당국은 다양한 감시 자산과 정보 자산을 통해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 수산사업소 단속정이 황해도 등산곶 앞바다에서 실종자 A씨를 발견했다는 정황을 입수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3~4㎞ 지점에서였다.

이 실종자는 구명조끼를 입고 한 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을 의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발견 당시 하루 넘은 표류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수산사업소는 북한 인민군 산하 기관이다.
 
그러다 오후 9시 40분쯤 북한군이 실종자를 향해 총을 쐈다. 오후 10시쯤 방독면과 보호의 차림의 북한군이 실종자 시신에 접근한 뒤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의 만행은 22일 오후 11시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軍靑 뒤늦게 "北 사과·책임자 처벌하라"

영호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 측 해역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피격 장소를 정보 분석을 통해 나중에서야 알게 됐으며, 북한이 A씨를 사살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뒤늦게 북한은 이번 사건에 모든 책임을 지고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 처장은 "이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강력 규탄한다"라며 "(북한은) 반인류적 행위를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상황이 군 수뇌부는 물론 청와대에까지 보고되고도 전통문을 보내거나 통신망을 통한 조치가 없었던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와 군이 국민의 총살·화형 사실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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