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장, 북한 조성길 망명 공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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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보위원장, 북한 조성길 망명 공식 확인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0.10.0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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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보위원장이 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정부는 조 전 대사대리 가족의 신변안전과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관련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 친북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조 전 대사의 한국 망명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성길 전 북한 이탈리아 대사대리. 사진=RFA
조성길 전 북한 이탈리아 대사대리. 사진=RFA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이 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의 지난해 7월 한국 망명을 공식 확인했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7일 전했다. 

 VOA와 RFA에 따르면,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면서  “수 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고 한국 정부가 그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이 1년 이상 공개되지 않은 배경과 관련, 그는 “본인이 한국에 온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북한이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조 전 대사대리의 이탈리아 잠적 이후 경로와 현재 한국 내 거취, 한국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를 추방한 이후 대사대리를 맡았다.

그러다가 2018년 1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적을 감추면서 제3국 망명설이 도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조 전 대사대리는 현재 부인과 함께 한국에 체류 중이지만 앞서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이탈리아에 남아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에 송환됐다고 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당사자와 가족들에 대한 인도적 고려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에 대해 "그 경위를 알지 못한다"며 신중한 입장임을 강조했다.

태영호 의원. 사진=VOA
태영호 의원. 사진=VOA

지난 2016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북한에 혈육을 두고 온 외교관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의 운명과 관련된 인도적 사안”이라면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딸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 의원은 북한은 외교관이 근무지를 탈출해 주재한 국가에 머무르면 도주자나 이탈자로 분류하지만 한국으로 망명하면 배신자나 변절자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된 탈북 외교관의 가족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중 가장 가혹한 처벌은 지방으로의 추방이지만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등 극단 처벌은 하지 않는다”면서  “변절자, 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하태경 의원도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전 대사대리를 한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데 이어 7일에는 “정보위원회 여당·야당 간사 합의로 입국사실 정도만을 확인해주기로 했다”며 신변 안전 문제로 그 이상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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