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장이 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정부는 조 전 대사대리 가족의 신변안전과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관련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 친북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조 전 대사의 한국 망명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이 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의 지난해 7월 한국 망명을 공식 확인했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7일 전했다.
VOA와 RFA에 따르면,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면서 “수 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고 한국 정부가 그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이 1년 이상 공개되지 않은 배경과 관련, 그는 “본인이 한국에 온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북한이 이 사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조 전 대사대리의 이탈리아 잠적 이후 경로와 현재 한국 내 거취, 한국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를 추방한 이후 대사대리를 맡았다.
그러다가 2018년 1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적을 감추면서 제3국 망명설이 도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조 전 대사대리는 현재 부인과 함께 한국에 체류 중이지만 앞서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이탈리아에 남아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에 송환됐다고 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당사자와 가족들에 대한 인도적 고려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에 대해 "그 경위를 알지 못한다"며 신중한 입장임을 강조했다.
지난 2016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다가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북한에 혈육을 두고 온 외교관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의 운명과 관련된 인도적 사안”이라면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딸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태 의원은 북한은 외교관이 근무지를 탈출해 주재한 국가에 머무르면 도주자나 이탈자로 분류하지만 한국으로 망명하면 배신자나 변절자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된 탈북 외교관의 가족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중 가장 가혹한 처벌은 지방으로의 추방이지만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등 극단 처벌은 하지 않는다”면서 “변절자, 배신자의 가족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하태경 의원도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전 대사대리를 한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데 이어 7일에는 “정보위원회 여당·야당 간사 합의로 입국사실 정도만을 확인해주기로 했다”며 신변 안전 문제로 그 이상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