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세노버스, 허스키에너지 인수...'생존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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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세노버스, 허스키에너지 인수...'생존 M&A`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0.10.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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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유수요가 감소하면서 미국에서 석유업체간 인수합병(M&A)이 줄을 잇는 가운데 캐나다 석유업계에서도 덩치불리기를 통한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석유업체 세노버스 에너지(Cenovus Energy)는 25일(현지시각) 경쟁사인 허스키 에너지(Husky Energy)를 전액 주식 매수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세노버스는 허스키의 장기 부채 52억 달러도 떠안기로 했다.

알렉스 뿌르베 세노버스 CEO 겸 대표이사가 허스키에너지 인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합병회사의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알렉스 뿌르베 세노버스 CEO 겸 대표이사가 허스키에너지 인수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합병회사의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두 회사의 합병은 올들어 캐나다 석유가스업계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과 부채총액을 감안하면 합병규모는 236억 달러에 이른다. 

합병회사는 하루 75만 배럴 상당량의 원유를 생산할 것이며 이는 캐나다 내추럴리소시스, 선코어에너지에 이어 캐나다 3위 규모다.

지난 2009년 엔카나코퍼레이션이 둘로 쪼개지면서 탄생한 이후 오일샌드에 집중해온 세노버스는 또 허스키가 알버타와 위스콘신, 오하이오에 소유하고 있는 정유사 4곳을 더해 하루 66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보유하게 돼 선코어에 이어 캐나다 2위의 정유사업자로 부상한다.

아울러 캐나다의 독립 석유가스 회사로서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허스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세노버스에너지에 흡수되는 허스키에너지 간판.사진=파이낸셜포스트
세노버스에너지에 흡수되는 허스키에너지 간판.사진=파이낸셜포스트

금융시장 전문 매체 파이낸셜포스트(Financial Post,이하 FP) 보도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38억 캐나다달러(미화 29억달러·약 3조2600억 원)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노버스는 캐나다 3위의 석유·가스 생산업체로 발돋움한다.

알렉스 뿌르베(Alex Pourbaix) 세노버스 에너지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는 FP에"지난 몇 년 동안 합병논의가 때때로 있었다"면서 "그런데 팬데믹 이후 진지한 논의가 개시됐다"고 설명했다.

석유와 가스 등 자원부국인 캐나다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급격한 석유 수요 둔화와 이에따른 유가 하락으로 석유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경제 또한 뒷걸음질치고 있다. 업계는 인수합병에서 생존을 위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세노버스의 주가는 올들어 63%나 하락해 지난 23일 토론트증권거래소에서 주당 4.88달러로 마감했다. 허스키에너지는 더 나쁘다. 주가는 올들어 무려 70%나 폭락해 23일에는 3.17달러로 마감했다. 세노버스 주식은 1년 전에는 현 주가의 두 배 이상인 주당 11.36달러로 거래됐다. 뿌르베 CEO는 "두 회사의 주가는 아주 변동성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이미 캐나다와 이웃한 미국에서는 M&A 바람이 앞서 시작됐다. 대형 석유메이저 셰브론이 노블 에너지를 4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이달 들어서는 코노코 필립스가 97억 달러에 콘초 리소시스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M&A가 줄을 잇고 있다.

캐나다 석유업체들 역시 미국 석유업체들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 6년간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번에는 코로나19 충격까지 덮쳐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캐나다는 또 송유관 부족과 캐나다 내 석유 생산 비용·환영 오염 등의 후유증으로 외국 석유업체들이 손을 떼고 철수하면서 석유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카누파이낸셜( Canoe Financial)의 라피 타마즈니안(Rafi Tahmazian)파트너 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에 "투자자 엑소더스가 석유가스 회사들에게 인수 합병을 검토하도록 하고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타마즈니안 매니저는 "밸류에이션이 현 수준을 보이는 한 시장자금이 이 부문으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며 계속 그런 것을 목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에너지 부문의 합병바람은 대규모 해고를 낳을 것이란 전밍다. 타즈마니안 매니저는 "합병은 캘거리와 알버타주민들에겐 경고가 돼야 한다"면서 "합병회사는 기술자와 과학자가 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뿌르베 CEO도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는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은 채 "이번 합병의 결과로 인력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설명자료에 따르면, '인력 최적화'로 6억 달러 비용절감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상당한' 해고가 뒤따를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뿌르베 CEO가 "우리 직원에 대한 존경심에서 우리는 언론에 말하기 전에 직원들과 먼저 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비용절감의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인력감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량 해고에 따른 실업자 증가로 올겨울 캐나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내려갈 것 같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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