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진항 개발 관련 신고 안한 부산항만공사 '서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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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라진항 개발 관련 신고 안한 부산항만공사 '서면 경고'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0.11.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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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처분

정부가 북한의 라진항 개발을 추진한 공기업 부산항만공사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국에 신고없이 북한 측과 접촉을 한 사실을 확인한 데 따른 조치다.

두만강 하구에 인접한 라진항은 북한 라선특별시에 있는 항구로 3개의부두를 갖고 있다. 제2부두는 한국과 부산시의 부산항을 묶는 동용해운이 운용하는 컨테이너 항로를 위해 사용되고 있고 제3부두는 화물부두다. 중국과 북한이 체결한 계약에 따라 중국 지린성이 10년의 사용권을 획득한 부두로 알려져 있다. 

중국 측 사업자는 진항에 대한 49년 임대권을 확보한 회사로 부산항만공사가 중국을 위한 중항구를 개발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혐의를 받았지만 자세한 내용 공개없이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말았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북한 라진항 전경. 사진=VOA
북한 라진항 전경. 사진=VOA

통일부는 해양수산부 산하 부산항만공사가 북한 라진항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해 서면으로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통일부는 부산항만공사가 대리인을 통해 북한 측과 소통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점이 교류협력법의 접촉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하며, 만약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접촉한 후에라도 신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2018년부터 중국 회사인 훈춘금성해운물류유한공사와 라진항 개발에 대한 협력사업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북한 측과 비공식 접촉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10월20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실이 입수한 부산항만공사 내부문건인 ‘라진항 개발과 운영을 위한 협력의향서’가 공개되면서 밝혀졌다.

지난 8월27일자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훈춘금성이 라진시와 라진항 당국과 논의한 사항을 부산항만공사와 협의하고 상호 결정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훈춘금성은 2018년 10월 라진항에 대한 49년 임대권을 확보한 중국 회사다.

권성동 의원실은 부산항만공사가 대리인을 통해 북한 당국과 접촉했지만 이 사실을 통일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조사 결과 부산항만공사가 지난 2018년 한 차례 통일부에 정식 신고를 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후 협의 과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접촉 신고가 누락됐다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는 첫 신고 이후 접촉한 게 북한 측이 아닌 중개인 성격의 중국 측이기 때문에 법적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통일부는 부산항만공사가 접촉한 이들이 사실상 북한 측 의견을 전달하는 중개 수준의 역할을 해 ‘간접 접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부산항만공사는 또 실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북한 측과 이견이 있어 의향서에 서명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해당사안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지만 북한 주민과 직접 접촉한 것이 아닌 중국 인사를 통해 간접으로 의사소통을 한 점과, 사업 구상 단계에 통일부와 협의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과태료보다 낮은 수위의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물자가 오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5.24 조치 위반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국내법 절차를 따르지 않는 남북협력 추진이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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