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인구절벽' 해법은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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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인구절벽' 해법은 경제다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2.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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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또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5년 동안 무려 196조 원을 퍼붓는 게 골자다. 저출산이 심각하고 경제 성장을 위해 출산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저출산을 막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국민 혈세만 투입한다고 출산연령대가 아기를 갖고 낳을지는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아기를 왜 갖지 않고 왜 낳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근인을 해결하지않는 이상 저출산 문제는 정부를 두고두고 괴롭힐 고질로 남을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페이스북으로 공개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뼈대는 오는 2025년까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내년 36 조원 등 196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이날 이 계획을 발표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산 초기 보육부담 경감을 위해 약 60만 원의 출산 바우처를 2022년부터 총 300만 원 규모 ‘첫 만남 꾸러미’로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지원액 중 200만 원은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또  시설 이용여부에 따라 분절된  0~1세 영아 지원체계를 ‘영아수당’으로 통합하고 2025년 50만 원으로 단계적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공립 어린이집을 매년 550곳 이상 확충해 2025년까지 아이 2명중 1명은 공공보육 시설을 이용할 여건도 마련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이와 함께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도 있도록 하고 육아 휴직급여를 전면 개편해 생후 12개월 내 부부 모두 휴직 사용 시 2022년부터 각각 최대 월 300만 원을 주고 육아휴직을 부여한 중소기업은 최대 월 2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게다가 2022년부터 3자녀 이상 가구의 셋째 자녀부터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가 지난해 3759만 명에서 올해 3736만 명으로 23만 명 감소하고, 내년에도 23만 명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인구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홍 부총리가 밝힌 계획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2025년까지 신규 예산 9조5000억 원을 추가해 출산부터 영유아, 어린이집 보육, 육아휴직, 대학까지 단계별 지원대책 몇 가지를 추가로 보강하겠다는 점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근본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연령 중 출산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0.92명으로 떨어졌다. 연간 출생아 수도 30만3000명으로 감소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출산율을 0.8대를 추산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고 홍 부총리도 이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수준 등으로 청년층은  소득 불안에 시달리면서 결혼을 늦추고 출산도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집값이 너무나도 가파른 상승하는 탓에 신혼집을 사기는커녕 전세집도 구하기 어려운데 감히 결혼을 하려는 젊은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혼을 하더라도 주택 구입 대출금, 전세대출금이나 월세를 내기 위해 지출이 커 아이를 선뜻 갖지 못한다. 출산 후 들어가는 양육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라면 아이를 마음 놓고 장시간 맡길 곳이 있다면 임신과 출산을 꿈꿀 수도 있다. 현실을 이런 바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 변화, 결혼 연령대의 상승, 주 출산 연령대 인구가 감소한 것 저출산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초혼 연령과 초산연령이 상승하니 첫째는 물론 둘째 이상 자녀를 갖기도  쉽지 않다. 

저출산 문제는 이처럼 복잡한 요인이 얽히고 설켜 생긴 결과다. 과거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엄청난 재원을 투입했는데도 문제가 풀리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는 지난 2006년 이후 1∼3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5년 동안 계획을 실천했는데도 합계출산율이 올해 0.8명대로 떨어진 게 그 생생한 증거이다. 물론 이런 노력이 없었더라면 합계출산율은 더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 정부의 노력을 절대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 문제는 지금 당장 대비하지 않으면 조만간 한국은 '인구절벽'이라는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폭을 넓히고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담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실천으로써 입증해야 할 것이다. 말만 번지르르라면 새로운 미봉책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는 그의 저서 '인구절벽'에서 저출산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해리 덴트는 1980년대 말 절정에 이른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일본 경제 몰락의 원인을 인구에서 찾았다. 해리 덴트는 2015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 지식포럼에서 한국도 곧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벌써 5년이 지났다. 인구절벽의 '시한폭탄'의 시계는 지금도 째깍거리며 돌아가도 있다. 전 정부는 물론, 홍 부총리가 내건 계획이 인구절벽의 뇌관을 제거하는 데 성공할지는 정부가 얼마나 충실하게 계획을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름길은 젊은층이 미래를 긍정하고 낙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정책 당국은 잊어서는 안 된다. 취업, 고용, 결혼과 주택마련, 출산의 선순환의 출발점은 결국 나라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을 위해 정치가 있고 그것에 표가 따라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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