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년 역사 파나소닉 CEO 교체 ·지주회사 전환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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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년 역사 파나소닉 CEO 교체 ·지주회사 전환하는 속사정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2.23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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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가전제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난 103년 역사의 일본의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생존을 위해 최근 지주회사 전환과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파나소닉 조직은 사업부제에서 컴퍼니제로 바뀐 데 이어 다시 지주회사제로 변신한다. 이에 따라 7개 컴퍼니로 구성된 파나소닉은 앞으로 지주회사 파나소닉 홀딩스 아래 8개 회사로 재편된다.

파나소닉 로고
파나소닉 로고

일본 공영 방송인 NHK는 지주회사 전환과 조직개편을 발표한 파나소닉을 진단하는 이 같은 내용의 뉴스를 22일 내보냈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기업가치 

파나소닉은 거대한 기업이다. 2019 회계연도 말(2020년 3월 말) 현재 529개 기업을 거느리고 25만9385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순매출액이 7조4906억 엔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매출액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18 회계연도 매출액은 8조 27억 엔이었다. 

지난 10월에 발표한 2020년 4~9월까지의 중간 결산에서 파나소닉의 최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488억 엔을 기록했다. 게다가 연간 영업이익률은 2% 수준으로 전망됐다.

걱정거리는 더 있다. 시가총액 감소다. 회사 가치를 나타내는 파나소닉의 시가총액은 2조 9100억 엔 남짓으로 경쟁사인 소니 시총13조 1200억 엔의 4분의 1을 밑돌았다. 다이킨(6조 4700억 엔), 무라타제작소(6조 300억 엔), 히타치제작소(4조 400억 엔) 등에도 못미친다. 

오사카 파나소닉 본사 건물. 사진=파나소닉
오사카 파나소닉 본사 건물. 사진=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가 1918년 전기소켓을 만드는 오사카 전등이라는 회사에서 독립하여 마쓰시타 전기기구 제작소를 만든 이후 103년간 성장해온 회사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1932년에 마쓰시타전기산업(松下電器産業株式会社)으로 회사 이름을 바꾼이후 성장가도를 달렸다.

회사가 잘 될 때 마쓰시타 전공, 마쓰시타 통신공업 등 마쓰시타라는 이름이 붙은 14개의 대기업군을 가지고 있었으며 세계 40개국에 진출해서 나쇼날(National), 파나소닉(Panasonic), 테크닉스(Technics) 등의 유명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을 팔았다. 

파나소닉은 1980년대에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과 세계 가전 시장을 양분하는 업체로 명성을 날렸고 1990년대까지 시총 기준 일본 최대 가전업체로 군림했다.

려온 파나소닉은 어떻게하나 회사가치 축소라는 위기에 처했을까는 일본 언론들의 관심사다.

■사업부제→컴퍼니제→지주회사제

파나소닉의 어려움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쓰시타전기는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만든 '사업부제'의 폐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업부제란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마다 개발부터 생산, 그리고 영업까지 모두 관리하는 구조다. 사업부마다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당시에는 수많은 히트 상품이 태어나 마쓰시타전기는 일본의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존재가 됐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사업부는 늘어나고, 다른 사업부가 같은 상품을 개발하는 비효율이 빈발했다. 개발과 판매 등 모든 업무가 중첩되면서 고질병이 됐다.  

2000년에 취임한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은 ‘파괴와 창조’를 내걸고 사업부제를 폐지히고 조직을 개편했다. 대규모 명퇴의 모집 등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도 진행돼 회사는 결국 V자 회복을 기록했다.

나카무라 사장은 플라즈마 TV 사업을 고집했다. 평판 TV의 패권을 잡으려고 플라스마에 거액을 투자, 제품 개발에 에너지를 쏟았다. 플라즈마는 어두운 영상 표현력이 뛰어난 등 화질의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이 저가 LCD TV를 팔면서 플라스마는 열세에 놓였다. 거액의 투자가 족쇄가 돼 후임 오츠보 후미오 사장도 철수하지 못하고 적자만 쌓였다. 철수를 결단한 것은 지금의 쓰가 카즈히로 사장이다.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대표이사 사장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대표이사 사장


2012년 취임한 쓰가 사장은 '컴퍼니제'를 도입해 사실상 사업부제를 부활했다. 그리고 B2B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천명하고 B2C의 전환을 추진했다. 미국 테슬라와 제휴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 정책의 일부였다.

도요타와도 배터리로 제휴를 맺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에도 800억 엔 이상을 출자했다. 

그러나 쓰가 개혁의 이념이나 비전은 옳았지만 실행에는 문제가 있었다. 개혁을 뒷받침해 실행할 임직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파나소식 2022년 4월 지주회사 전환

파나소닉은 11월 13일 2022년 4월 지주회사로 이행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컴퍼니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파나소식은 앞으로 지주회사 파나소닉홀딩스 산하에 8개 사업회사를 두는 기업으로 변신한다.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을 앞당기려는 의도였다.

지주회사 사장으로는 구스미 유키 상무(자동차 컴퍼니 CEO)가 내정됐다. 유키 사장 내정자는 "핵심사업은 육성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신속 과감하게 퇴출시킨다"고 밝혔다. 채산성이 없으면 매각 등으로 처분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조직 내에 갈등이 싹튼다고 한다. 

파나소닉은 여러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런 기술을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제가 본격 회복될 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경영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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