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거리 먼 '전력수급 계획'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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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거리 먼 '전력수급 계획' 유감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12.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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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28일 최종 확정했다. 탈탄소 탈원전이 정책의 뼈대다. 이를 통해 2030년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1억9300만t으로 2017년(2억5200만t)에 비해 23.6% 줄인다는 목표도 담았다. 그러나 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이면서도 석탄 못지 않게 탄소를 내뿜거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한계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 대책을 반영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축가로 확충해야 하는 만큼 급격한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부터 2034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하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호주 전기가스 업체 오리진에너지가 일본 가와사키와 손잡고 태양광 발전 등 재새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수소를 만드는 타운즈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진은 호주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시드니모닝헤럴드
호주 전기가스 업체 오리진에너지가 일본 가와사키와 손잡고 태양광 발전 등 재새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수소를 만드는 타운즈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사진은 호주의 태양광 발전소. 사진=시드니모닝헤럴드

2034년 기준 목표 설비용량은 같은해 목표수요(102.5기가와트(GW))에 기준 설비 예비율 22%를 반영한 125.1GW로 설정했다. 이를 충족하려면 새로 2.8GW의 추가설비 확충이 필요한데 이를 액화천연가스(LNG)·양수발전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발전원별 설비용량은 석탄발전설비는 2020년 35.8GW에서 2034년 29.0GW으로 , 원전은 41.3GW에서 19.4GW로 각각 6.8GW, 3.9GW 줄어든다. 반면 LNG설비는 41.3GW에서 59.1GW로 17.8GW, 신재생은 20.1GW에서 77.8GW로 57.7GW 각각 급증한다. 4배가량 늘어난다. 

설비별 비중은 원전·석탄은 2020년 46.3%에서 2034년 25.1%까지 급락하고 신재생에너지는 같은기간 15.8%에서 40.3%로 두배 이상 늘어난다.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정부는 30년 가동연한을 채운 석탄발전 설비 30기 가동을 2034년까지 순차로 중단하고  24기는 LNG 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연한을 연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순차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 24기인 원자로는 2034년엔 17기로 둘어든다.

정부는 이 같은 방법으로 오는 2030년 전환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1억9300만t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환경급전'과 '석탄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환경급전은 환경 비용을 최소화하는 에너지원을 먼저 발전하는 것으로 년간 배출권 거래 비용의 평균을 내 2022년 이후에 도입하기로 했다. 석탄상한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춰 잔여 석탄발전기의 연간 석탄발전량 상한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등을 감안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할 당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석탄발전 등 석탄소비를 줄이고 있고 수많은 투자은행들과 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글로벌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게다가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사용후 핵연료 처리 등을 고려하면 지속가능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정부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원자력 발전소 실시간 운영현황.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 발전소 실시간 운영현황.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그럼에도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당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LNG발전소를 돌리며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만 돌리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나아가 2050년 쯤에는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동전의 한 면만 보고 다른 면을 보지 못하는 단견이자 국민을 호도하는 흰소리라는 비판을 맞을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대안으로 선택된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는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LNG 발전은 석탄발전에 비해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LNG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계수(g/kWh)는 549다. 석탄(991)의 절반 수준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석탄의 절반이라고 하나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이 큰 흠이다. 게다가 LNG의 생산을 위한 시추, 운송과 액화, 기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미국의 환경단체인 NRDC(천연자원보호협의회)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LNG 전체 수명주기 가운데 시추, 운송, 액화, 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최대 58%에 이른다고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값도 결코 저럼하지 않다. LNG는 석유가격과 연동돼 있는 만큼 석유가격이 오르면 LNG가격도 오르게 마련이다. 전기요금 상승과 이어진다. 

LNG는 석탄을 대신하는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의견에 많은 이가 동조하는 이유들이다.

독일 우니페르(Uniper) 직원들이 가스저장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우니페르는 자사의 가스저장과 발전시설을 수소시설로 개조할 계획이다. 사진=우니페르
독일 우니페르(Uniper) 직원들이 가스저장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우니페르는 자사의 가스저장과 발전시설을 수소시설로 개조할 계획이다. 사진=우니페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한계도 분명하다. 전력 생산이 고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흠이다. 밤이 되거나(태양광) 바람이 불지 않으면(풍력) 전력생산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보조발전원에 그칠 공산이 크다.  또 태양광과 풍력을 늘리기 위해선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산림 등 자연환경 훼손은 불가피하다. 풍력단지 주변의 주민들은 저주파 소음을 하소연한다. 새와 들짐승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필요한 전력을 온실가스 배출없이 생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불운하게도 한국의 입지여건은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력수요를 다 채울 수 없다. 조선, 철강,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한 산업이 많아 대규모 전력을 소비한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산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9%다. 철강 1t을 생산할 때마다 평균 1.85t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이처럼 이들 산업은 온실가스도 다량으로 배출하지만 우리의 수출과 고용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런 산업에 어떻게 전력을 공급하고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지 각론을 마련하지 않은채 전력수급 계획만 밀어붙인다면 한국경제에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온실가스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기업에 제공하고 수소발전, 수소환원제철법을 도입하는 것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량의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발전단가가 비싼 LNG로 생산한 전기를 쓸 경우 원가경쟁력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는다.수소를 생산하는 데도 많은 비용과 온실가스 발생이 뒤따른다.

현단계에서 답은 자명하다. 원전을 더 짓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존 원전이라도 계속운전을 하게 하며서 대체기술을 육성하고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재설계하고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런 대안모색없이 탈원전에 목을 매고 정책을 짜맞춘다면 발등을 스스로 찧는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LNG와 석유, 석탄이 풍부한 자원부국 캐나다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형 원자로를 선택한 것이나 독일 업체가 가스발전시설을 수소발전시설로 개조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엔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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