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핵잠수함 보유국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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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핵잠수함 보유국과 한국의 선택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1.01.09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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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공식 발표하면서 우리 군도 핵잠수함을 도입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현재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뿐이다.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로 한국과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은 불가피해졌다.

프랑스 루비급 소형 핵추진잠수함. 사진=프랑스해군
프랑스 루비급 소형 핵추진잠수함. 사진=프랑스해군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면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9일 밝혔다.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사를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72척)과 러시아(60척),영국(12척), 프랑스(10척), 중국(7척), 인도(1척) 뿐이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이는 남북 군사력 균형을 깨트릴 게임체인저(game-chandger)가 될 수 있다. 미국 본토에 근접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만큼 미국에 대한 억지능력도 북한에 가져다 줄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잠항 시간이 길어 노출을 최소화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핵잠수함은 물 위로 부상할 필요가 없어 적에게 노출되지 않은 채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잠항 속도도 평균 30노트 정도로 디젤잠수함보다 월등히 빠르다. 공격 후 신속히 탈출 할 수 있어 생존성이 높다.

북한은 현재 로미오급 20여척 등 80여척의 재래식 디젤 잠수함만 보유하고 있다.북한이 보유한 북극성1형 SLBM 1발을 탑재하는 신포급(고래급·2000t급)이나 로미오급을 개량한 약 3000t급 잠수함, 신포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배수량 4000t급 이상에 SLBM 6발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도 전부 재래식 디젤 잠수함이다. 

또 한국 해군이 보유한 장보고급 9척, 손원일급 9척, 도산안창호급 1척 등 19척과 최근 진수한 3000t급 안무함 등도 전부 디젤 잠수함이다.

중국의 탄도미사일 핵추진잠수함 094형 진급 잠수함. 사진=SCMP
중국의 탄도미사일 핵추진잠수함 094형 진급 잠수함. 사진=SCMP

디젤잠수함은 축전지를 이용해 기동하기 때문에 하루 2번 이상 수면 위로 나와 스노클링(Snorkeling: 잠수함이 해수면에 떠올라 엔진 가동에 쓸 공기를 보충하는 작업환기)을 해야 한다. 적에게 노출될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수중 속도가 시속 20노트 정도여서 적 잠수함이나 수상전투함을 포착했다고 하더라도 추적하기 위해 고속으로 장기간 잠항할 수 없어 끝까지 따라갈 수 없다. 또 수중에서 회피하는 데 제한도 크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362사업’이라는 명칭의 핵잠수함 개발 사업을 벌여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기본 설계를 이미 2004년에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해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밝히고 국방부도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4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을 공개하면서 핵잠수함 개발이 공식적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도산안창호함. 사진=대우조선해양
도산안창호함. 사진=대우조선해양

도산안창호급 배치-3형은 배수량 4000t으로 추진체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정도 크기라면 충분히 원자로를 탑재할 수 있다. 프랑스가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취역시킨 6척은 수상 배수량 2400t, 수중 배수량2600t의 초소형 핵추진 잠수함이다. 길이는 73.6m, 너비 7.6m, 흘수 6.4m다. 선체에 소형 가압경수로 1기를 탑재해 시속 25노트(46km)로 잠항한다. 

국내에 축적된 잠수함 건조 기술과 원자력 기술을 고려할 때 마음만 먹으면 2∼3년 안에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한미원자력협정이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한다고 해도 연료를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의 합의를 통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국제원자력기구(IEA) 등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 노력이 전제되고 문재인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핵잠수함을 개발해 한반도 남쪽 남해에서 한반도 내륙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가시화될 수 있는 만큼 한계를 거론하면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은 스스로 북한의 핵인질을 자초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가 지금부터 핵 잠수함 도입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다면 2020년대 후반에는 브라질 다음으로 핵 잠수함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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