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대규모 적자, 석유메이저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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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에 대규모 적자, 석유메이저 선택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2.0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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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으로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슨모빌과 유럽 최대 석유회사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지난해 사상 최악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기에 이들 석유메이저들은 온실가스 배출 제로  대책을 세우라는 글로벌 금융권의 압박을 받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엑슨모빌 로고.사진=엑슨모빌
엑슨모빌 로고.사진=엑슨모빌

CNBC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사실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고, BP는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봉쇄로 세계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결과로 풀이됐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224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때 시가총액 1위 엑슨모빌이 연간 적자를 낸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2019년엔 143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는데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적자 행진' 4 분기 연속 이어졌다. 특히 4분기에만 손실이 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연말에 193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손실처리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매출은 1820억 달러로 전년(2555억 달러)에 비해 28.8% 줄었다. 2002년 이후 최악 수준이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에는 엑슨모빌이 경험한 시장 상황 중 가장 힘든 해였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대런 우즈 엑슨 모빌 CEO.사진=엑슨모빌
대런 우즈 엑슨 모빌 CEO.사진=엑슨모빌

엑슨모빌은 미국 제조업의 대표 주자였고 한때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였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IT·바이오 등에 밀려 고전해왔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돈 2014년 중반에는 시총이 4460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2일에는 1929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는 92년 만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BP도 같은날 지난해 57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순이익 100억 달러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BP가 연간 적자를 낸 것은 2010년(순손실 49억 달러)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버나드 루니 BP CEO는 "지난해 자동차 등의 연료 수요가 14%, 항공 수요가 50% 급감했다"면서 "유가가 한때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는 등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루니 CEO는 "지난해 4분기가 마지막 불황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크 워쓰 셰브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셰브런
마이크 워쓰 셰브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셰브런

셰브런도 최근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 가지다. 셰브런은 지난해 4분기 6억6500만 달러 적자를 내는 등 55억달러 적자를 냈다고 5일 밝혔다. 2019년 29억 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마이크 워쓰 CEO는 성명에서 "지난해는 여느 해와 다른 한 해였다"면서 "팬데믹과 경제위기가 덮쳤을 때 우리회사의 처지가 좋았고 튼튼한 대차대조표로 한 해를 마쳐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도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석유 수요 회복은 미지수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탓이다. 백신 보급이 예상대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지가 변수다.석유회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탄소중립 정책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사진=블랙록 트위터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사진=블랙록 트위터

더욱이 운용자산이 8조 7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탈탄소 압력을 넣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최근 서한에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205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탄소배출 순제로(0) 경제와 어떻게 호환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석유회사들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 1만4000개를 줄였다. 셰브런과 지난해 초 합병도 논의했다. 

석유회사들은 특히 바이든 정부 정책에 선제 대응해 친환경 대체 에너지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셰브런은 태양열·태양광, 원자력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BP는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 비중이 2018년 33.2%에서 2050년 14.3%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로열더치쉘은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석유·천연가스 사업 비중을 60%로 낮출 계획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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