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기재부 장관, 실패한 곳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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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기재부 장관, 실패한 곳간지기'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3.2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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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굳힌 지 오래다. 권력의 칼로 온갖 악행을 저질러 권자에서 물러난 패왕, 세치려로 이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다 요참형에 처해진 간신들은 사마천의 사기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의 이름은 역사에 새겨져 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 남기는 이름도 좋은 이름이 있고 나쁜 이름이 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역사에 기록될 좋을 이름을 남기는 것은 우리가 살아 생전 해야 풀어야 할 숙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힉재정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1일이면 최장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기록을 남긴다. 신조오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극복할 마땅한 후임자가 거론되지 않아 그가 경제수장 자리에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다음달로 예정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한다면 청와대가 국면 쇄신용 내각을 새로 꾸린다며 경제팀 수장을 갈아치울 가능성 역시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그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고 그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기재부 부총리 자리는 사생활을 용납하지 않는다. 사념과 사리사욕도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보고 살 것을 강요하는 자리다. 지난 2018년 12월 11일  취임한 홍 부총리는 현재 2년 3개월 이상을 달려왔다.체력이 고갈되고 몸이 아파도 출근해 국민 앞에 서야 하는 그의 고충을 생각하면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음 달 1일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윤증현 전 장관의 재임 기록(842일)을 넘어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 되는 그에게 꽃다발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은 홍 부총리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현재 기재부 집무실에서 창을 내다볼까 하는 것이다.

그에겐 여러가지 별명이 있다. 그 중에서도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별명도 들어있다. 홍두사미란 용두사미에 빗댄 별명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용두사미란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시작은그럴 듯하지만 끝이 흐지부지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 역시 그렇다는 뜻이다. 홍백기는 청와대와 민주당에 밀려 번번이 소신을 접으면서 붙은 별명이다.

무릇 우리나라에서 어렵기로 소문난 행정고시에 합격해 잔뼈가 굵은 경제관료라면 전문 기술을 갖춘 관료로서 혜안과 소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박병원 전 기재부 차관이 그런 인물이다. 홍 부총리는 본인은 어떤지 자문자답하지 않을까. 언론에 보도된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홍 부총리는 '소신있는' 관료라는 평을 듣기에는 민망한 처신을 했다고 하는 편이 맞다. 특히 이나라 곳간지기이면서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조금도 막지 못했음을 인정하리라.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를 핑계로 무려 다섯 번이나 추경을 하고 지출 규모를 역대 세 번째로 키웠다. 홍 부총리가 무슨무슨 말을 했다는 말은 없다. 그는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으로 805조2000억 원인 국가채무는 1차 추경 후 815조5000억 원, 2차 추경으로 819조 원, 3차 추경으로 839조4000억원, 4차 추경으로 846조9000억 원으로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본예산 때 39.8%에서 4차 추경 이후 43.9%로 급상승했다. 5차 추경으로 국가부채는 965조 9000억 원,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2%로 치솟는다.

이런 이유에서 '홍남기'라는 이름 석자는 두고두고 '실패한 곳간지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의 선배 윤증현의 길을 걷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시 역대 최장수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쥐고 있지만 금융정책실장으로서 외환위기를 막지못했다는 사실은 지울수도 벗어던질 수도 없다. 

우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어찌 혼자만의 잘못이겠는가? 그렇기에 특정 개인을 단죄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렇더라도 그 개인이 얼마나 사력을 다했는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리라. 

우리는 생전에 훗날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 것인지를 잣대로 자기 처신을 바로잡아야 한다. 홍 부총리가 이를 모를리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가 '최장수 장관'이라는 타이틀이라는 환상에 젖어있지 않기를 간절히 빌 뿐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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