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이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이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 보유 규모를 줄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탈달러화 움직임이 거세다.달러는 여전히 각국 통화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히 닛케이)에 따르면 전 세계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이 2020년 말 59%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이 비율이 60% 이하를 보인 것은 1995년 이후 25년 만이다. 닛케이는 "2001년 말 기준 70%가 넘었던 달러 비중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환율 유지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나 정부 부채 변제 등에 대비해 외화 표시 자산 즉 외환보유액을 쌓아두고 있다. 보통 신용도나 환금성이 높은 주요국의 국채나 금으로 보유한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의 탈달러화 움직임도 가세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20년 말 기준 약 1조 700억 달러로 7년 전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도 2017년 약 50%에서 2020년 20% 아래로 내려갔다.
반면, 달러의 비중은 전년에 비해 3.3%포인트 내린 21.2%, 영국 파운드도 0.2%포인트 하락한 6.2%, 유로 비중도 1.6%포인트 떨어진 29.2%를 기록했다.
터키와 브라질 등도 최근 몇 년간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중국 위안화 비중도 2%를 넘어섰다. 러시아의 전체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비율은 2017년 6월 0.1%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2.3%까지 확대됐다.
이런 추세는 달러 약세 전망이 이어지면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방정부 부채가 2051년에 미국 경제 규모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면서 중장기 경제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달러는 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는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을 뿐 여전히 과반을 넘는 1위 통화이며 달러 보유액 자체는 증가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는 지난 3분기에 6 939억달러에서 4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7조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으로 세계 외환보유액은 12조7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