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너구리 수난 시대...몬트리올 강북 지역, 동물학대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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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너구리 수난 시대...몬트리올 강북 지역, 동물학대 폭증
  • 에스델 리 기 자
  • 승인 2021.05.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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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협회(SPCA) 조사 착수...코로나19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돼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 팬더'의 주인공  포에게 무술을 가르쳐는 우구웨이 '시푸'는 작지만 무술실력이 출중한 너구리다. 출중한 무술실력을 갖춘 시푸는 현실에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작은 동물에 불과하다. 산림이 울창한 캐나다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동물이다. 최근 캐나다 퀘벡주 트리올 강북 지역에서 동물학대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데 너구리도 그 희생자 중의 하나다. 일각에서는 '너구리 수난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한 동물보호소 우리에 있는 너구리. 몬트리올에서는 동물학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한 동물보호소 우리에 있는 너구리. 몬트리올에서는 동물학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의 프랑스어 일간지 르 주르날 드 몽레알(Le Journal de Montréal)은 몬트리올 섬의 강북 지역인 라발(Laval) 인근에서 동물학대 사례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동물보호협회(SPCA)가 조사에 들어갔다고 지난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니무스(Nymous) 동물보호소의 쟈끄 레사르(Jacques Lessard) 소장은 동물학대 사건은 늘상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폭발하듯 증가하는 바람에 보호소에 들어오는 동물이 넘쳐난다고 하소연했다.

레사르 소장은 지난 달 라발에서 구조된 너구리 일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어미와 새끼 일곱 마리가 피투성이가 돼 쓰레기통에 처빅힌 상태로 발견됐는데 새끼 두 마리는 이미 숨졌고 삽날에 찍힌 것이 분명한 어미는 목숨은 건졌으나 한족 눈동자가 터졌고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레사르 소장은 인근 동네 생-랭-로랑띠드(Saint-Lin-Laurentides) 청소년들의 소행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자끄 레사르 니무스 동물보호소 소장이 너구리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자끄 레사르 니무스 동물보호소 소장이 너구리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몬트리올에서 북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이곳에서는 3주 전에도 집토끼가 산채로 불에 태워져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누군가가 남의 뒷마당에서 키운 토끼를 훔쳐다 산 채로 몸에 불을 붙인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 토끼를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었다.

동물구호단체 '토끼와 친구들'의 설립자인 도미니끄 가믈랭(Dominique Gamelin) 씨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잔인해지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정신질환·반사회적 행동 전문가인 심리학자 위베르 반 지세겜(Hubert Van Gijseghem) 씨는 "일부 청소년들이 화풀이 할 대상을 찾던 중 제일 손쉽고 만만한 상대를 고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길거리 고양이들의 피해가 특히 많은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물학대는 정신질환과 반사회적 성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청소년 특유의 군중심리, 또래집단 문화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사태에 따른 각종 스트레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비행 청소년 심리를 연구하는 져느비에브 르믈랭(Geneviève Lemelin)씨는 "팬데믹 사태가 터진 이후 청소년들의 범죄가 더 늘어나지는 않았으나 동물학대와 같은  '못된 행동'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팬데믹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진단했다.

광역 몬트리올 지역에서 동물보호협회가 조사하는 동물학대 건은 해마다 1000건이 넘지만,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2018년 민사-형사상 처벌은 40여 건에 불과했고, 2019년에는 29건, 그리고 지난해에는 겨우 11건에 그쳤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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