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화석연료 공급 신규 투자금지' 보고서 파문...석유업계 사면초가
상태바
IEA '화석연료 공급 신규 투자금지' 보고서 파문...석유업계 사면초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1.05.19 2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0개 중앙은행 연합체, 35개 투자사들도대출 중단 등도 기후대책 압박 강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8일 국제 석유업계에 폭탄을 던졌다.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이후부터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금지하는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석유업계는 즉각 "무모하고 불가능하다"고 혹평하고 현재 나타나고 있는 공급경색이 극심해질 것으로 반박한다.

■IEA, "2021년 이후 화석연료 투자 금지"

IEA는 2050년까지 온실효과 가스의 배출량을 실질제로로 하는데에는 에너지 생산·이용·수송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적성했다고 석유산업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이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유엔의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의 참고자료가 된다.

캐나다 에드먼튼의 임페리얼오일 정유공장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
캐나다 에드먼튼의 임페리얼오일 정유공장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사진=캐나디언프레스

지난 2015년에 채택된 국제적인 온난화대책의 근간인 '파리협정'은 설령 목표를 완전히 달성한다고 해도 2050년 전세계에는 여전히 220억t의 이산화탄소가 있고 2100년까지 기온상승이 섭씨 2.1도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IEA는 "기온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길은 화석연료에서 급속하고 과격하게 전환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IEA 보고서는 '실질 온실가스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400개 이상의 목표를 제안했다. 앞으로 새로운 화석연료공급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일절 금지하고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도입하지 않는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 최종결정을 연기하는 것 등이 골자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순제로'는 신규 석유가스 투자 중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또 내연기관 탑재 승용차의 신규판매를 2035년까지 완전히 중단하고  2050년까지 전력의 90% 가까이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나머지 대부분을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하며 건축물내 천연가스 배관을 금지할 것 등을 제안했다. 

태양광발전을 2030년까지 연간 630기가와트, 풍력발전은 390기가와트를 각각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가지 합계한 증설량은 지난해 기록한 과거 최대수준이 4배에 이른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과 그린수소 등 아직 상업화에 이르지 않은 신기술의 투입도 필요하다고 IEA는 덧붙였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사진=IEA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사진=IEA

IEA는 오는 2050년 온실가스 순제로를 달성하면 석탄수요는 90%가 줄어들고 천연가스 수요도 55% 감소하며 석유수요는 최대 75% 감소해 하루 평균 240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실질제로로 가는 길은 좁지만 아직 달성 가능하다"면서 "2050년까지 실질제로를 달성하고 싶다면 그 이상의 새로운 석유·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필요없게 된다"고 말했다.

IEA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공동분석에 따르면, 실질제로를 달성하는 데에는 연간 에너지 투자를 현재의 2조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간 5조 달러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전세계 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두 기관은 예상한다.

■석유업계 "무모하고 불가능" 혹평

석유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석유산업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IEA의 제안을 "무모하고 불능하다"면서 시장에 공급 경색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자본지출 급감과 점점 더 엄격해지는 기후정책은 석유 메이저들이 성장 계획을 낮추도록 했다"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수요가 꼭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원유시장은 공급 경색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세계 석유가스 메이저들은 수요감소와 에너지 부문 수익률하락에 지친 투자자들을 감안해 지난해 자본지출을 무려 34% 줄였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새로운 유전 발견이 급감하고 보유한 가채매장량이 크게 줄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리스타드에 따르면, 1분기 석유 발견 은 12억 배럴 석유상당량(BOE)로 7년 사이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엑슨모빌의 가채매장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30%인 70억 BOE가 줄었고 로열더치쉘도 20% 감소한 90억 BOE에 그쳤다. 셰브런은 20억 BOE가 줄었고 영국의 BP는 10억 BOE가 감소했다. 프랑스 토탈과 이탈리아 에니만이 지난 10년간 가채매장량 감소를 피했다.

■중앙은행도 '기후 정책 경쟁'...'사면초가' 석유업계 

그러나 석유업계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 신세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면서 각국의 금융체계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각국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이 금융시스템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후변화 정책을 강화하고 석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사진=센트럴뱅킹닷컴
각국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이 금융시스템에서 화석연료를 배제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후변화 정책을 강화하고 석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사진=센트럴뱅킹닷컴

전 세계 90개 중앙은행 연합체인 '금융시스템녹색화를 위한 중앙은행감독당국네트워크(The Central Banks and Supervisors 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가 주인공이다. 이 네트워크는 다음달 기후변화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중앙은행이 기후변화 정책 경쟁에 뛰어들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앙은행들이 기후변화를 금융 경제리스트로 여긴다며 이같이 전했다. WSJ은 이 문제게 깊숙이 관여하는 중앙은행들은 금융시스템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도록 조종함으로써 기후변화를 제안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11조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운영하는 35개 대형 투자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에 친환경 투자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유럽 환경·책임·투명경영(ESG) 투자를 선도하는 유럽 1위 자산운용사 아문디, 세계 최대 채권 투자업체 핌코,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리걸앤드제너럴투자매니지먼트(LGIM),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CCE), 스웨덴 노르디아애셋매니지먼트(NAM), 아비바인베스터스 등은 기후변화에 대한 기관투자가 그룹(Institutional Investors Group on Climate Change·IIGCC)을 통해 투자은행들이 투자은행들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